책 속에서
P. 27
야학에서의 경험이 제가 지금 하는 일과도 잘 연결되는 것 같아요. 저는 다문화 가정에 들어가서 결혼이주여성들과 아이들 교육하고,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서 한국어 강사 일도 하지만 그분들에게 한국어 가르치는 것보다는 ‘저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지금 왜 여기 와 있는가’ 이런 것들이 더 궁금하더라고요. 제가 작게라도 할 수 있는 한국어를 통해서 그 사람들 삶이 바뀔 수 있고 원하는 뭔가를 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거잖아요. 내가 할 수 있는 이 작은 걸로 그분들한테 희망이 되는 것들을 줄 수 있다는 게 저한테는 고맙거든요. 그분들 삶을 보면서 제가 느끼고 배우는 것도 많고… 저는 다른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몇 년 전에 같이 공부했던 사람들에게 한 번씩 메시지가 올 때가 있어요. 그러면 굉장히 반갑기도 하고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도 궁금하고… 끝없이 궁금해요. 그 사람들이 궁금해요.
P. 88
그때는 내가 조금 똑똑해지더라고. 대표가 왜 용역에 따졌냐고 물어보길래 대표님 생각해 보세요. 보너스도 없이 1년 동안 퇴직금 바라보고 사는데, 그거 하나 보고 힘들어도 일하는데 퇴직금 안 주려고 10개월씩 사람을 붕 띄우면 기분 나쁘지 않겠습니까?
P. 132
그 차이는 어마어마하죠. 저는 목적이 없는 걸음을 많이 걸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반 미친 거나 마찬가지죠. 숙소를 나와서 걸어가는데 내가 어디로 가는지 몰라요. 그냥 무작정 걷는 거예요. 가다가 지치면 앉아 있는 거고. 저기 버스에 탄 사람들이나 행인들은 집이든 직장이든 목적지가 분명히 있는데 나는 목적지가 없네. 나는 지금 갈 곳이 없는데 어디로 가고 있지?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 여러 감정이 교차됐던 것 같아요. 그 감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지. 그런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까 더 헤어 나올 수 없었고.
P. 157
일할 때 외국 사람이 한국 사람을 많이 도와줘요. 우리 눈에 이상해 보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