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민주항쟁과 2017년 촛불집회
한 곳에선 관찰자로, 한 곳에선 참여자로
역사의 현장을 기록하는 열두 살 민하와 마흔두 살 민하 이야기
우리나라의 현대사는 항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60년 4.19부터 1980년 5.18, 1987년 6월 민주항쟁까지 유신체제와 신군부정권에 대항하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참여와 희생으로 물든 역사였지요. 6월 항쟁은 6월 10일부터 29일까지 이어진 전국 곳곳의 시위를 일컬어 말하는데, 그때 거리로 쏟아져 나온 대학생과 직장인들의 수는 어마어마했습니다. 마침내 신군부 정권은 국민들의 주장을 수용하는 6.29 선언을 발표하게 됩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대통령 직선제, 국민의 기본권을 신장, 언론기본법 개정 등이 발표되며 우리 사회는 큰 변화를 맞이했지요.
하지만 30년 후인 2017년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다시 거리로 나옵니다. 6월 항쟁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전국 곳곳에서 수개월에 걸쳐 거리로 나와 촛블을 들고 외쳤지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
이 작품은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열두 살이었던, 자신의 하루를 기록하는 걸 좋아했던 소녀 민하의 이야기입니다. 신촌 한 골목의 국숫집 딸이었던 민하에게 1987년 6월은 마냥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엔 종종 매운 안개 때문에 눈물을 흘렸고, 도로의 보도블이 깨져 있는 걸 목격했으며, 아빠의 국숫집은 장사가 안 되는 날이 많았지요. 아빠는 아무 것도 모르는 강아지 달래에게 화풀이를 해 댔고요. 무엇보다 그 해 서울대에 입학한 오빠가 집에 장기간 들어오지 않고 연락도 잘 닿지 않아 온 가족이 기다리고 애태웠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국숫집과 집 앞엔 선글라스를 쓴 낯선 아저씨가 자주 와 있었고요.
그런데, “시위하는 사람들 때문에 장사가 안 된다.”며 혀를 끌끌 차던 아빠는 시위가 막바지에 이르던 6월 말경의 어느 날 운동화를 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