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오늘의 하굣길은 평소보다 즐거웠다. 그동안 우리 집의 반대 방향에 살아서 함께 하교할 수 없었던 채영이가 이사를 와 같은 아파트에 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항상 나 혼자 하교하다가 잘 맞는 친구와 함께 걸으니,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하늘도 우중충하고 비도 주룩주룩 내렸지만, 채영이와 함께하는 나의 마음속에는 무지개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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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덕이는 숨이 터져 죽을 것 같았다. 두려움이 온몸을 감싼 듯했지만 무조건 달렸다. 달리기만 했다. 뒤를 돌아보니 몽둥이를 든 사람들과 나머지 퍼리와 산타 망고가 헐떡이며 뛰어오고 있었다. ‘만약 잡힌다면.’ 순덕이는 다시 뛰었다. 숨이 목구멍까지 차오라 더는 숨을 쉬지 못할 만큼 뛰었다. 그렇게 뛰고 뛰다 보니 작은 구멍이 보였다.
--- p.30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그와 입술을 맞췄다. 못다 한 사랑한단 말은 나를 향한 모든 것에서 알 수 있었다. 그래도 그의 고백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며칠 뒤, 그동안 내게 몸을 빌려준 그녀에게 제사를 지내고 편하게 보내주었다. 그리고 난 그녀의 육신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소천의 가지는 마을 중앙에 심어주었다. 춥지만 행복이 넘쳤던 겨울이 지나고 새순이 돋기 시작했다.
--- p.60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분명 나는 그 눈에서 살기를 봤다. 그 순간, 갑자기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고 그 사람의 목소리만 엄청 크 게 들렸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마주친 눈을 피하려고 뒤돌아서 편의점으로 냅다 뛰어 들어갔다.
--- p.90
우리는 또 소풍을 계획했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하고 싶은 것과 맛집 을 투어 할 계획이었다. 우리는 걷다가 중간 벤치에 앉아 쉬었다. 서로 에게 질문을 이어갔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 p.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