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퍼’에 연결된 의미
연우는 갑자기 쓰러지듯 잠이 드는 증상을 가지고 있어요. 기면증 같은 병은 아니라는데, 난처하고 힘든 일이 닥치면 종종 꿈속으로 도망을 칩니다. 그래서 같은 학교 또래들 사이에서 ‘슬리퍼’라고 불립니다. 또 연우가 빠져드는 꿈속에는 늘 할머니의 고무 슬리퍼가 등장합니다. 나중에 알게 되는 것이지만, 그 슬리퍼는 연우와 철우 엄마가 남겨 두고 간 것입니다. 고무 슬리퍼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의 상징일지 모릅니다. 슬리퍼라는 같은 이름으로 연우와 철우가 겪은 과거와 서로 미워하고 있는 현재, 그리고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진지하게 흐르는 서사 속에 드러나는 뜻밖의 반전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듭니다.
줄거리
연우는 할머니, 고모와 함께 넉넉하진 않지만 평범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친동생 철우가 집으로 들어오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철우의 거친 말투와 불량한 행동 때문에 집안에서는 늘 큰소리가 났고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었다. 게다가 동생 철우는 연우를 형으로 생각하지도 않는지 반말은 기본이고 종주먹을 들이대기까지 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연우는 철우와 갈등이 격해지면 갑자기 정신을 잃듯 깊은 잠에 빠지면서 똑같은 꿈을 꾼다. 연우의 꿈속은 벽으로 막힌 공간에 연우가 있고 주변으로 큐브 모양의 물체가 떠다니고 어른들의 떠드는 소리,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연우는 철우와 함께 사는 게 너무나 힘들고 싫다. 과연 연우는 철우가 없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철우가 겪는 아픔과 상처는 무엇일까?
책 속에서
“내가 제 명에 못 산다. 아이고!”
할머니는 탄식하며 헐레벌떡 계단을 내려갔다. 고모도 할머니를 따라 급히 내려갔고 내가 그 뒤를 따랐다.
“훔친 것도 훔친 거지만, 이 녀석 태도가 나빠요!”
우리가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주인인 것 같은 아저씨가 손가락으로 철우 가슴께를 쿡쿡 찌르며 소리쳤다. 물건을 고르던 손님이 우리를 흘깃거렸다. 고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