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하나만 있어도 신나게 놀 수 있어
건강한 아이들은 끝없이 움직인다. 에너지가 샘솟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심심하다고 불평할 때는 졸릴 때나 아플 때 말고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가끔, 아주 가끔 그동안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 싫증났다면서 심드렁할 때가 있다.
『심심한 날』은 바로 그런 순간을 맞이한 아이의 이야기이다.
심심하다고 불평하던 아이의 눈에 탁자 위에 놓인 엄마의 고무줄 하나가 들어온다. 평상시에는 아무 관심도 없던 시시한 고무줄이다. 그런데 오늘은 신기하게도 그 고무줄이 새롭게 다가온다. 아이는 금세 고무줄이 가진 탄성에 매료된다. 과연 고무줄이 어디까지 늘어날 것인지 궁금하다. 아이는 죽죽 늘어나는 고무줄을 가지고 신나는 ‘고무줄 놀이’를 시작한다.
이제 아이는 심심하기는커녕 호기심으로 설렌다. 아이는 고무줄을 계속 당기면서 방과 거실을 오가다가 결국 창문 밖까지 고무줄을 당긴다. 공중에 뜬 아이는 순식간에 마을 전체를 한 눈에 내려다보고 있다. 아이는 생각한다. 자기가 이렇게 계속 고무줄을 당기는 한, 아직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자기가 탄성에 못 이겨 고무줄을 놓치지 않는 한! 아이는 고무줄을 꼭 잡고 인형들과 함께 새로운 놀이에 빠져든다.
아이가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든 이유
고무줄 놀이는 아이의 뇌리에서 지워졌던 장난감들에게도 새 생명을 불어넣는다. 인형들에게는 아이와 함께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는 친구 역할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거실 벽에 붙어 있던 지도와 세계지도도 갑자기 새로운 용도가 생겼다. 어느 누구도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곳을 여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뽀얗게 먼지 쌓인 지구본도 꼭 필요하다. 아이는 이 신기한 고무줄로 지구 전체를 칭칭 묶고 싶다. 이윽고 아이는 장난감 바구니에 처박혀 있던 우주 행성 모형들이며 온갖 잡동사니들도 다 꺼내 온다. 이제 아이는 머나먼 우주까지 고무줄을 늘여볼 생각이다.
아이의 고무줄 놀이는 쉬지 않고 계속된다. 아이는 쉼 없이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