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세는 우리가 ‘더 나은 체제’와 ‘더 좋은 삶’을 꿈꾸고 만드는 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이 책이 다루는 폭넓은 주제와 탁월한 통찰은 인류세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게 하면서도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을 품고 의지를 다지게 한다.”
-조천호(대기과학자,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앞으로 약 세 달 뒤인 2024년 8월 부산에서 국제지질과학연맹 총회가 열린다. 이 총회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렸는데, 인류세가 지질연대표의 공식 시간 단위로 인정될지 여부가 최종 결정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형으로 말했듯 지금으로부터 약 세 달 전인 2024년 3월, 총회의 전 단계 제4기층서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해 인류세의 공식 인정은 무산되었다. 인류세를 공식화하기 위해 힘써 온 많은 사람은 현재 ‘희망이었던 것’과 ‘절망이 된 것’ 사이의 시간에 있다.
하지만 국제지질과학연맹이 이 결정을 발표하며 말했듯, 인류세 개념은 더 많은 연구를 촉발할 것이고, 새로운 증거를 쌓을 것이며, 인간 활동에 대한 다양한 성찰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인류세 책: 행성적 위기의 다면적 시선』의 저자들도 부결을 염두에 두고 같은 의견을 적어 두었다. 인류세가 지질학계 내에서 인정받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중요하지는 않다. 인류가 인류 이외의 구성원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만드는 날까지 ‘인류세’는 계속 중요할 것이다.
인류세 책들의 책, ‘인류세 책’
이 책은 인류세의 과거-현재-미래에 관한 방대한 논의가 정리되어 있어, 우리가 그 세계를 만들고자 할 때 훌륭한 참고서가 될 수 있다. 『인류세 책』의 문장 대부분에는 어디에서 인용했다는 표지가 달려 있다. 다양하게 뻗어 가는 이 책을 그림으로 그리면 인류세의 만다라가 될 것이다. 자칫 독서를 방해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을 때도 있어 이렇게까지 세세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이 형식은 책의 핵심을 구현하면서 자연스레 만들어진 것이다.
『인류세 책』의 집필 의도는 인류세 논의의 집대성이 아니라, 부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