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쳐진 무예비급, 조선시대 최초의 공식 무예서武藝書
『무예제보武藝諸譜』
“흔히들 조선시대가 문文에 치우친, 문약文弱에 빠진 시대라고 자조하거나 심지어 우리에게는 무예가 없었다고까지 말한다. 조선이 개국되면서 무인武人의 ‘칼’은 문인文人의 ‘붓’의 통제하에 놓이게 되었다. 이는 문화국가를 자처하던 조선으로서는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성의 통제를 벗어난 힘은 폭력일 수밖에 없음은 너무도 자명하지 않은가. 그러나 조국을 지키기 위한 무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가 쓰여질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는 조국을 지키기 위한 무인들의 고민과 노력을 그들이 남긴 ‘무예서武藝書’를 통해 엿볼 수 있다. 무예의 구체적인 기술과 훈련법이 적혀 있는 무예서에는 실제로 무기를 잡고 적과 싸워야 했던 무인들의 ‘싸움의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있기 때문이다.”
- 본문 중
‘십팔기十八技’, 조선왕실을 굳건히 지켜낸 우리의 무예
조선 중기까지 무예서들은 군대, 또는 무장집단(문파, 지방군벌 등의 기밀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임진왜란 이후 조선왕조는 공식적인 무예서 편찬을 통해 통일된 무예를 전군과 민간에 보급하려 노력하였다. 이는 ‘조총’이라는 개인화기의 발달과 전투규모의 비약적 증대 등의 급변하는 상황에서 나라를 지켜내려는 무인들의 처절한 몸부림의 결과였다. 다시 말해 무예가 개인 또는 사회집단의 영역에서 국가적인 영역으로 옮겨지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과정을 역사적인 상황과 구체적인 무예서의 내용을 통해 최대한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하였다.
특히 이 책은 임진왜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창설된 훈련도감에서 편찬한, 역사상 최초의 공식 무예서인 『무예제보』를 설명하는 데 많은 공을 기울이고 있다. 까닭인즉, 『무예제보』는 당시 조선군이 일본군과 맞서 싸울 때 반드시 필요했던 무예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담겨 있어 이를 통해 당시 군사들의 무예 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