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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버블 - 창비청소년문학 126
저자 조은오
출판사 창비
출판일 2024-05-17
정가 13,000원
ISBN 9788936457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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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작가의 말

안전하지만 외로운 도시
나는 이곳을 떠나기로 했다

버블에 둘러싸인 채 타인을 만날 수 없고, 불가피하게 대화를 나눌 때는 눈을 감는다는 원칙이 있는 중앙에서 07은 외로움으로 시들어 간다. 번듯한 직업과 혼자 살아가는 집도 있지만, 그는 모두가 문제없이 지내는 이 도시에서 자신만 겉돈다는 생각에 괴로울 뿐이다. 언젠가는 분리된 삶을 살아야 하기에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향해 한 번도 다정한 눈빛을 보낸 적 없고 지금은 연락조차 나누지 않는 양육자의 존재 역시 07을 더욱 고독하게 한다.
그래도 중앙이 주는 안락함, 버블이라는 자기만의 공간이 주는 안전함을 알기에 절대 눈을 뜨지 않겠다고 되뇌며 일하던 평범한 어느 날, 07의 앞에 ‘126’이 갑작스레 나타난다. 126이 중앙이 아닌 ’외곽‘에서 오가는 직원이라는 것을 알고 호기심을 참을 수 없었던 07은 규칙을 어겨 몰래 실눈을 뜨고 그를 훔쳐본다. 126은 그런 07의 마음을 안다는 듯 외곽으로 가자는 제안을 해 온다. 07은 소통은 싸움을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배우며 자랐다. 소통이 자유로운 탓에 불화가 끊이지 않고, 중앙에 비해 물적 자원이 부족해 가난하게 살아가는 외곽으로 간다는 결심은 쉽지 않다. 하지만 07은 안주보다 자유를 택한다. 단단하고 안락한 세계를 깨는 07의 첫 번째 도약이다.

괜찮다는 건 거짓말이다. 평생 혼자이고 싶지 않았다. 기회를 잡아 보고 싶었다.
결심이 약해지기 전에 126에게 말했다.
“외곽으로 갈게. 눈을 뜨고 싶어.”
―본문 33면

타인을 마주한다는 건
정의할 수 없는 감정에 용감히 발을 내디디는 것

외곽에서 126의 안내에 따라 사람들에게 첫인사를 건네거나 고마움을 표시하며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익히는 사이, 07은 때로 혼란에 빠진다. 눈을 뜨고 대화를 나누며 타인을 대하는 것은 서로를 알아 가고 사랑할 수 있다는 기쁨과 살아 있다는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다양한 감정의 총천연색을 일깨우고 관계 맺음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