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씨는 당근답게 당근 걸음을 걷지!
저쪽에서 무언가 다가옵니다. 아! 당근 씨예요. 당근 씨는 사람처럼 걷지요. 풍성한 이파리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요. 토끼들이 당근을 발견했습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입에서 침이 흐릅니다. 당근은 너무 맛있으니까요!
토끼는 당근을 쫓습니다. 그런데 당근은 쫓기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이상하게 흘러갑니다. 쫓고 쫓기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잡고 잡히는 이야기도 아니지요. 그렇다고 맞서 싸우는 격렬한 투쟁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어쩌면 투쟁 너머의 이야기이지요. 당근 씨가 자신만의 속도와 모양으로 유유히, 독특하게, 꾸준히 제 갈 길을 가는 이야기입니다.
《당근 씨는 대단해!》 속 당근 씨는 단단하고 잘생긴 다리를 가진 것도 아니고, 빠르고 힘차게 뛰는 것도 아닙니다. 부드럽게 휘어진 곁뿌리 같은 팔과 다리로 사부작사부작 한들한들 당근 걸음으로 걷습니다. 잡히기 쉬운 당근처럼 보입니다.
포기를 모르는 토끼들은 당근 씨를 잡으려고 올가미를 던지고, 함정을 파고, 덫을 놓습니다. 당근 씨는 어떻게 할까요? 올가미를 끊고, 함정을 기어오르고, 덫을 부수고 이겨낼까요? 토끼들을 잡아서 가두고 벌을 줄까요? 아니요, 그것은 당근 씨의 방법이 아닙니다.
당근 씨는 아주 독특하게 자신다운 방법으로 잡히지도 않고 멈추지도 않고 가려던 곳을 향해 나아갑니다.
숨 하나도 안 막히고, 손에 땀도 한 방울 생기지 않는 이 추격 액션 이야기는 웃음과 함께 이상하게도 뭉클한 감동을 줍니다. 당근 씨처럼 나를 얽어매는 것들에 붙잡히지 않고 자유롭게 나아가고 싶어집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당근 씨는 대단해!》 속 토끼들은 당근을 먹고 싶어서 부지런히 쫓습니다. 하지만 당근 씨는 자신을 ‘맛있는 당근’이라는 대상이 된 채로 두지 않습니다. 당근 씨는 가고 싶은 곳이 있고, 자신만의 발걸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를 붙잡는 것과 싸우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