섞이고, 부서지고, 어떤 때는 망치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맛있는
어떤 스파게티와 인생에 대한 이야기
『스파게티 신드롬』은 주인공 레아가 자신에 닥친 불운에 맞서는 이야기다. 레아에게 닥친 일들은 근본적으로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 레아는 아빠의 무덤을 찾지 않고 하루치 알약을 몰래 변기에 흘려보내는 것으로 현실을 외면하지만 그런 식으로 문제가 덮어질 리 없다. 아빠가 없는 일상은 이미 뒤죽박죽이 되어 애써 손을 내밀어주는 가족도, 친구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결국 레아는 자신의 사정을 모르는 새로운 친구들을 통해 치유를 시도한다. 우연히 만난 길거리 농구 팀과 엄마 몰래 농구를 하고, 아빠의 조언을 전달하는 것처럼 코치 노릇도 시작한 것. 한편, 사려 깊고 다정한 농구 소년 안토니와 사랑에 빠져 설레는 나날을 보내기도 한다. 경기에 대한 부담 없이 하는 농구의 재미도 느끼고, 난생 처음 진짜 사랑을 경험하는 동안 레아는 조금씩 상실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다.
하지만 아빠가 살아 있는 척, 농구 선수로 꾸준히 훈련받고 있는 척, 자신의 삶에 아무 문제도 없는 척하는 가짜 삶은 온전한 것이 아니다. 레아가 외면하는 동안 가족에게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하고, 사랑하는 안토니에게 그 어떤 이야기도 털어놓을 수 없기 때문에 둘 사이의 관계도 잠정적일 수밖에 없다. 진짜 삶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 레아는 아빠와 농구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믿지만 어쩌면 삶은 식탁 위에 쏟아진 스파게티 국수 같은 게 아닐까? 레아의 할머니는 식탁 위에 스파게티 면을 쏟고 엉망진창인 자기 삶을 되돌아보는 레아에게 말한다. “스파게티는 익으라고 있는 거야. 그러면 섞이고, 부서지고, 어떤 때는 망치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맛이 있지.” 상자 속에 얌전히 들어 있는 직선의 스파게티 면들은 서로 만날 수 없고, 그래서 지겹고 무엇보다도 맛이 없다. 그러니 스파게티는 단숨에 쏟아지거나 냄비 속에서 뒤섞인 채 익어 가야 할 것이다. 온갖 일이 다 일어나는 바로 우리의 삶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