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프롤로그 예술과 명작은 다르다
1부 세월의 흐름, 상처마저 아름답다
1. 가셰 박사의 파란만장한 130년 여정 | 〈가셰 박사의 초상〉
2. 고결하지만 초라하고 옹색한, 우리의 삶처럼 | 창령사 나한상과 수종사 불상
3. 치욕의 역사를 품고 명작이 되다 | 국새와 어보
4. 100년 전 창덕궁의 밤은 아름다웠을까 | 창덕궁 샹들리에
5. 정치의 예술화, 예술의 정치화 | 광화문 광장 이충무공 동상
6. 20세기 우리 근대사의 얼굴 | 손기정의 슬픈 표정
2부 천천히, 자세히 들여다보기
1. 투박하고 못생긴, 그래서 더 매력적인 | 은진미륵의 변신
2. 성과 유희, 노동과 성찰의 절묘한 공존 | 1500년 전 신라 토우
3. 종을 칠 것인가, 말 것인가 | 성덕대왕신종의 존재 의미
4. 빛바랜 치마폭에 글씨로 남긴 마음 | 정약용의 유배 글씨
5. 지폐 속 퇴계 얼굴에 병색이 가득한 이유 | 지폐 속 초상화
6. 예술이 된 삶 |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3부 파격과 상상력의 결정체
1. 종교적인 듯 인간적인 듯 | 국보 금동반가사유상
2. 욕망과 낭만의 주체로서 조선시대 여성 | 금기에 도전한 신윤복
3. 그림 속 나혜석의 얼굴이 던지는 질문들 | 나혜석의 〈자화상〉
4. 아름다우면서도 정치적인 | 강화도 강화성당
5. 예술로 구현된 노동의 의미 | 〈망치질 하는 사람〉
6. 뒷골목에서 탄생한 새로운 명작 | 을지로 간판의 미학
4부 명작은 스토리텔링이다
1. 〈모나리자〉 생애 500년, 그 결정적 순간 | 〈모나리자〉의 인생
2. 그 애잔한 매혹의 정체 |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3. 작품의 운명을 바꿔놓은 이름 | 백자 달항아리
4. 세상은 왜 끝없이 겸재 정선을 불러내는가 | 〈금강전도〉vs〈인왕제색도〉
5. 시인들이 사랑한 ‘세한’ | 김정희의 〈세한도〉
6. 신라의 기와에서 LG의 심벌까지 | 신라 얼굴무늬 수막새
7. 《뿌리깊은나무》와 한 남자의 심미안 | 낙안읍성 옆
작품의 너머를 바라보는 매혹적인 명작 수업
1917년, 프랑스 출신의 젊은 화가 마르셀 뒤샹이 남성용 소변기를 전시회에 출품했다. 그는 공장에서 만든 변기를 한 철물점에서 구입하여 〈Fountain(샘〉이란 이름을 붙였다. 주최 측은 이 작품의 전시를 거부했고 뒤샹은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이를 비판하는 글을 발표하며 뉴욕 예술계에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다 1950년, 뒤샹은 뉴욕의 한 전시에 33년 전 변기의 복제품을 다시 선보였다. ‘예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남기며 엄청난 화제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18년, 서울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특별전 《마르셀 뒤샹》이 열렸다. 이 전시엔 무려 20만 명의 관람객이 뒤샹의 〈샘〉을 보기 위해 몰려왔다. 전시조차 거부당했던 레디메이드 변기로 만든 작품이 100년이 지난 뒤 모두가 인정하는 예술 작품이 된 것이다. 1917년 독립미술가협회에서 그것을 받아들여 그냥 전시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지금처럼 유명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창작이 끝난 순간부터 작품 그 자체로 예술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명작은 수많은 예술 작품 중에서도 선택 받은 극소수 작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과 명작은 다르다. 예술은 그 자체로 존재하지만 명작은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과 소비의 과정, 그리고 그 시대상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예술가가 만든 작품의 면모보다 그것을 바라본 시대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 작품이 명작으로 자리 잡는 과정은 일종의 ‘예술 혁명’과도 가깝다고 저자는 말한다. 복합적이고 다층적이고, 우연으로 흘러가기도 하며 심지어 정치적인 요소가 개입하기도 한다. 이 과정은 절대 평탄하지 않다. 수많은 갈등을 겪고 투쟁하고 논란을 겪는다. 시대와의 불화를 겪지만 그것으로 인해 또 명작이 되기도 하니, 아무도 짐작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예술의 생애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 작품의 지위는 완결된 것이 아니라 늘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