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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패브릭 : 한 가닥 실에서 탄생한 인류 문명의 모든 것
저자 버지니아 포스트렐
출판사 민음사
출판일 2024-04-19
정가 22,000원
ISBN 9788937456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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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문명의 구조
1장 섬유
2장 실
3장 직물
4장 염료
5장 상인
6장 소비자
7장 혁신가
후기 왜 직물인가?

감사의 말
용어 해설
섬유를 채취하다 ─ 천연섬유라는 환상과 우유 섬유

라니탈은 우유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기반으로 1935년에 이탈리아에서 발명된 섬유다. 부드럽고 따뜻하며 구겨지지 않아 처음에는 울을 대체할 수 있는 섬유로 기대받았다. 하지만 물에 젖으면 상한 우유 냄새가 났고, 다림질을 하면 가는 실들이 녹은 치즈처럼 붙어 올라왔다. 이 우유 섬유는 자급자족을 장려하던 파시스트 정부가 무너지면서 인기를 잃었다.

섬유를 얻기 위한 노력은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을 짤 만큼의 실을 만들려면 야생식물에서 채취한 섬유로는 부족했다. 초기 인류는 동물과 식물의 번식을 통제하는 방법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그 결과 양은 두꺼운 털을 지니게 되었다. 아마는 섬유질이 풍부해졌다. 목화는 한해살이작물이 되어 추운 지역에서도 자라게 되었다. 천연섬유로 불리는 울, 리넨, 면은 수천 년에 걸친 개량과 혁신의 산물이다.

섬유를 얻기 위한 노력은 역사를 바꾸었다. 1806년, 한 미국인 모험가가 멕시코시티의 목화씨를 인형 안에 숨겨 미시시피로 밀수했다. 이 새로운 품종을 시작으로 급성장한 미국 남부의 목화 농장들은 노예노동력을 빨아들였다. 유럽에서는 누에들이 떼죽음을 당하자, 파스퇴르 같은 학자들이 실크 생산량을 보호하기 위한 연구에 뛰어들었다. 그로 말미암아 크게 발전한 미생물학은 인간의 수명을 극적으로 연장하는 길로 이어졌다.

실을 뽑아내다 ─ 방적기에서 시작된 산업혁명

청바지 한 벌을 만들려면 10킬로미터에 가까운 면실이 필요하다. 인도의 전통 물레인 차르카로 하루에 여덟 시간씩 실을 잣는다고 가정해 보자. 약 12.5일을 일해야 그 정도 길이의 실을 만들 수 있다. 면실을 기계가 아닌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면 청바지는 사치품이 될 것이다.

섬유를 모으고 연결해 실의 형태로 뽑아내는 작업을 방적이라고 한다. 지난 200년간 우리는 실이 풍족한 세상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대부분의 시기에 실은 항상 부족했다. 방적은 직물 생산 과정에서 병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