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맛보는 ‘기억’이라는 소재에
판타지를 솔솔 뿌리면
《우리가 만날 메모리》는 팡팡 터지는 사건 속 생겨나는 인물들의 갈등이 작품을 이끄는 대개의 청소년 소설과는 결이 전혀 다른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는 이미 과거에 일어났던 일을 따라가며, 그 안에서 등장인물 자신도 미처 모르고 있었던 ‘진심’까지 추적한다. 일어난 사건은 하나인데 시간이 지난 뒤 모두가 각자 다른 기억을 갖고 있다면 무엇이 진짜일까? 인물들이 저마다 과거를 다시 마주하는 과정에서 독자는 인간의 기억이란 과연 무엇인가 하는 어찌 보면 철학적이고 달리 보면 과학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인간은 모든 것을 정확히 기억할 수 없음은 물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기억을 편집하고 지워 버린다. 그러므로 아라와 채린이 자기 기억을 제대로 추적할 수는 없다. 그 대신 작가는 다른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외계인’들을 등장시켰다. 이 또한 《우리가 만날 메모리》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지구인 모습을 한 외계인들이 지구에서 각계각층에 섞여 살아가고 있다는 설정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마음씨 따뜻한 외계인들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지구인을 돕는 데서는 역설적으로 우리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해야 할 인류애를 일깨워 준다. 또 외계인 심리상담가 서우진이 아라와 채린의 기억을 따라가 두 사람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어 주는 과정은 잔잔한 감동과 함께 심리 스릴러를 읽을 때와 같은 짜릿함을 느끼게 한다.
단지 독자로서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나를 성장시키는 소설
소설에서는 채린의 과거 폭로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계속해서 비춰진다. 사람들은 근거 없는 말을 그대로 퍼 나르기도 하고 악의적인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의혹이 완전히 풀리지 않았음에도 감동적인 장면을 보고는 무조건 편을 들어 주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일이 단지 소설 속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모든 독자가 알고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유명인에게는 더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며 너무나도 쉽게 상대를 비난하곤 한다. 온라인 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