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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언니를 만나는 밤 - 사이그림책장 (양장
저자 윤수란
출판사 가나출판사
출판일 2024-04-04
정가 16,000원
ISBN 979116809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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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언니는 점점 작아져 가는데
작은언니에 대한 기억은 점점 커져만 가는 이야기

『언니를 만나는 밤』은 윤수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다. 이야기는 집 안에 목공소가 있고, 동네 아줌마들이 마당에 모여 빨래를 하고, 연탄을 때고, 골목에서 고무줄놀이 딱지치기 등을 했던 작가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화자인 ‘어린 나’는 작은언니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작은언니는 누구보다 씩씩하고 건강하다. 동네에서 딱지치기, 구슬치기뿐만 아니라 달리기도 따라올 아이가 없을 정도다. 그리고 비가 오는 날이면 어린 나와 함께 주인집 목공소 바닥에 흩어진 톱밥으로 소꿉놀이를 하는 다정한 언니이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언니의 몸에 회색 점이 생긴다. 지워지지 않는 회색 점. 이 회색 점은 한 개에서 두 개로, 두 개에서 세 개로 점점 늘어난다. 점이 늘어날수록 작은언니는 더 이상 작은언니가 아니게 된다. 집 밖에서 활개를 치던 작은언니는 이제 집 안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우리 가족에겐 비밀이 생긴다. 비밀이 생긴 이후로, 마당 수돗가에 모이던 동네 아줌마들은 이제 대문 밖에 모여 소곤거린다.

어린 나에게 ‘죽음’은 낯설기만 하다. 평소와 달라진 작은언니와 가족을 보며 아낌없이 사랑받던 막내 자리를 빼앗긴 것만 같다. 그래서 서럽고 언니가 부럽다. 이런 마음을 작가는 가만히 들여다보고 그 목소리를 들어 준다. 슬픔을 강요하지 않고 죽음도 삶의 일부이며 과정이라는 것을 담담하게 말한다. 마지막에 이르러 자꾸만 작아지는 작은언니를 위해 가족과 이웃들이 모인다. 그리고 작은언니와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죽음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마음속에 남겨지는 것임을 ‘이야기함으로써’ 애도한다.

언니가 아픈 이야기를 회색 점과 점점 작아지는 형태의 변화로,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묘사로 표현한 이 작품은 은유와 상징이 적확하게 가 닿아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죽음이 소재로만 다루어지지 않고 ‘한 사람의 이야기’로 말해지고 기억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