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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미여지벵듸 - 자연으로 돌아가다
저자 강정효
출판사 한그루
출판일 2024-04-16
정가 30,000원
ISBN 9791168671591
수량
자연으로 돌아가다 7
봄 18
여름 42
가을 80
겨울 118
동자석 174
작가노트 207
작가노트

제주 사람들의 심성은 제주의 자연을 닮았습니다. 제주의 자연, 한라산과 오름은 완만한 곡선을 그립니다. 제주 사람들의 초가집 지붕도 완만한 곡선입니다. 심지어 죽은 이들이 머무는 무덤 또한 완만한 곡선입니다. 무엇보다도 오름 자락의 무덤은 그 자체가 작은 오름을 연상케 할 정도로 닮은꼴입니다.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 자락으로 되돌아간다는 제주인의 정서가 반영된 결과입니다.

한편 제주 사람들은 이승과 저승 사이의 상상 속 시공간(時空間으로 ‘미여지벵듸’가 있다고 여겨왔습니다. 제주의 굿 본풀이에 의하면 사람이 죽어서 저승으로 가는 과정에서 모든 미련과 원한, 괴로움을 미여지벵듸의 앙상한 나뭇가지에 걸쳐둔 후에야 나비의 몸이 되어서 훨훨 떠날 수 있다고 합니다. 장례식 후 망자가 가벼운 마음으로 저승으로 향할 수 있도록 인도하는 의식인 귀양풀이 굿을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제주에서는 무덤을 그냥 ‘산’이라고 하고, 그 울타리를 ‘산담’이라 부릅니다. 밤에 들판에서 길을 잃었을 경우 주변의 산담 안으로 들어가면 자기 집에 찾아온 손님이라 하여 무덤 속의 영혼이 보호해 준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이처럼 제주에서는 삶과 죽음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제주에서 무덤은 마을 가까이에 있습니다. 마을 주변의 오름, 심지어는 근처의 밭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무덤이라 하면 으레 죽음 또는 무서움을 연상하며 터부시하는 경향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 정서를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제주의 자연을 닮은, 더불어 산 자와 죽은 이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제주 사람들의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