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01 시작
소년 데미언
창고 전시 《프리즈》
02 그의 길
큐레이터 데미언 허스트
yBa와 《센세이션》 전시
컬렉터 데미언 허스트
창업가이자 예술경영가 데미언 허스트
03 작품 주제
죽음과 소멸: 두려움을 해학으로 풀다
패러독스: 우상이 된 과학을 풍자하다
신에 대한 사랑: 영원을 염원하다
욕망의 허상: 믿을 수 없는 난파선의 보물
04 인터뷰
스팟 페인팅 Spot Painting
약장 Medicine Cabinets
유리 진열장 Vitrines
내부 문제 Internal Affairs
포름알데히드 Formaldehyde
스핀 페인팅 Spin Painting
의료기구장 Instrument Cabinets
정신적 탈주 Mental Escapology
빌보드 Billboards
최후의 만찬 The Last Supper
팩트 페인팅 Fact Painting
아름다운 페인팅 이후 After Beautiful Paintings
다이아몬드 해골 Diamond Skulls
약국 Pharmacy
사랑의 안과 밖 In and Out of Love
베일 페인팅, 벚꽃 Veil Painting, Cherry Blossoms
2017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에 관하여
대화를 맺으며
에필로그
삶과 죽음, 선과 악, 겉과 속, 사랑과 욕망…
데미언 허스트의 작품 세계를 이루는 근간들
예술가는 저마다 천착하는 주제가 있기 마련이다. 데미언 허스트에게는 신과 종교, 삶과 죽음, 선과 악, 사랑과 욕망 등이 작업에서 다뤄지는 주요한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의 지도는 데미언이 유년기에 보낸 시간에서 비롯된다.
데미언 허스트는 가톨릭 신자인 어머니와 외할머니 아래서 자란다. 어머니는 생계를 유지하는 데 여념이 없었고 데미언은 종교를 중심으로 홀로 유년기를 보낸다. 영적인 존재를 의식하는 순간 속에서 그는 죽음이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깨닫게 되었고 삶과 죽음, 선과 악, 사랑과 욕망 등 이후 예술가로서 자신이 골몰하게 될 주제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후 이 주제들을 다양한 기법과 소재로 변주하며 지속적으로 다루기 시작한다.
데미언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천 년〉을 예로 들어보자. 이 작품에는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뉜 유리 상자 한쪽에는 전기 살충기가 매달려 있고 그 아래 피가 흐르는 죽은 소의 머리가 놓여있으며, 다른 한쪽에는 파리가 드나드는 상자가 설치되어 있다. 파리는 피를 마시기 위해 소의 머리로 향하지만 이후 살충기에 걸려 죽고 만다. 데미언 허스트는 이 작품을 통해 삶에서 죽음으로 가는 여정을 조망하는 신의 위치에 관객을 세운다. 작품은 관객에게 사체와 생물을 소재로 삶과 죽음의 사이클을 시각화하여 보여줌으로써 불쾌함을 유발하지만, 달갑지 않은 감정이 일어나는 것이 도리어 삶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역설임을 일깨운다. 이처럼 데미언 허스트는 죽음, 악, 욕망처럼 터부시되곤 하는 개념들을 작품으로 끌어와 삶, 선, 사랑은 위 개념들과 뒤섞여 있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전한다. 겉과 속은 대척점에 있지 않다는 관점을 표현하는 데미언의 작품 세계는 예술의 언어로 삶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함을 얻게 한다.
“나는 예술이 인생을 바꾸고 희망적이게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예술은 당신에게 무언가를 더 줄 수 있고 그건 선물과도 같은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