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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누가 나만큼 여자를 사랑하겠어
저자 박주연
출판사 오월의봄
출판일 2024-05-15
정가 17,500원
ISBN 979116873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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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어서오세요, 여자를 사랑한 여자의 여자 이야기에
용어 설명

1부 날 두근거리게 한 여자들
날아다니는 여자: 〈동방불패〉 동방불패
친구? 연인? 그 경계의 여자: 〈알고 있지만〉 솔과 지완
사랑에 당당한 여자: 〈세이빙 페이스〉 비비안, 〈이매진 미앤유〉 레이철
마녀인 여자: 〈뱀파이어 해결사〉 윌로우와 타라
키스하는 여자: 〈갭: 더 시리즈〉 쿤쌈과 몬

/ 퀴어 페미 덕후의 한풀이: 퀴어들 좀 그만 죽입시다 /

2부 여자들이 보여준 세계
나를 부정하는 세상에 맞서다: 〈하지만 나는 치어리더예요〉 메건
넌 혼자가 아니야: 〈엘 워드〉 벳
벽장을 박차고 나가기: 〈글리〉 산타나
결혼 안 한다, 못한다? 그래도 한다!: 〈그레이 아나토미〉 켈리와 애리조나
끝까지 싸운다!: 〈프리헬드〉와 〈로렐〉의 로렐
노래하고 춤추며 길을 열자: 〈포즈〉 블랑카
난 네 옆에 있을 거야: 〈인선지인: 웨이브 메이커스〉 웡원팡
사랑, 없어도 되더라: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 사쿠코

/ 퀴어 페미 덕후의 한풀이: 퀴어들 좀 낚지 맙시다 /

3부 우리에겐 이 여자들도 있었어
운동하는 여자: 〈그들만의 리그〉 카슨, 맥스
머리 짧은 여자: 〈예스 오어 노〉 킴
뚱뚱한 여자: 〈아스트리드와 릴 리가 세상을 구한다〉 릴리
나이 든 여자: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 나이애드
라이벌인 여자: 〈엑스오, 키티〉 키티
아픈 여자: 〈스테이션 19〉 마야
교회 다니는 여자: 〈틴에이지 바운티 헌터스〉 스털링
혼란스러운 여자: 〈엘 워드: 제너레이션 Q〉 핀리

/ 퀴어 페미 덕후의 한풀이: 궁금한 건 알겠지만 그 질문은 참읍시다 /

4부 여자들아, ‘정상성’과 한번 불화해볼래?
가부장의 공간 좀 부숴볼까?: 〈아가씨〉 히데코와 숙희
문란하다는 말이 불편하다고요?: 〈로스트 걸〉 보, 〈렌트〉 모린
그 선택, 정말 ‘선택’이었나요?: 〈체이서 게임 W: 갑질 상사는 나의 전 여친〉 후유
성공, 이 두 글
책 속에서

‘왜지? 왜 다른 애들은 나만큼 여잘 좋아하지 않는 거야? 여자들이 이렇게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데?’ 내 안에 풀리지 않는 의문과 물음이 쌓여갔지만, 그 답을 찾는 건 좀처럼 쉽지 않았다.
그런 내가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건 영화와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였다. 그 안엔 훨씬 더 크고 넓은 세상이 있었고, 정말 다양한 사람과 그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특히 내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멋있는 여자들이 가득했다. 그들을 좋아하는 건 즐거움이자 기쁨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거기엔 ‘내 이야기’가 있었다. 현실에선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나와 같은 감정과 욕망을 가진 이들이. 한번 그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나자, 그런 이야기가 어디 또 있지 않을까 싶어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들어가며-어서오세요, 여자를 사랑한 여자의 여자 이야기에, 9~10쪽

그런 혼란이 있었기 때문에 혼란스러운 동방불패가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모르겠고, 여잘 좋아하는지 남잘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다른 사람들이 그를 여자라서 혹은 남자라서 좋아하는지도 모르겠고. 이 모든 게 엉망진창인 듯한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었던 걸까?
이후 시간이 흐르고 흘러, 난 이제 내가 동방불패 같다고 생각한다. 무술을 하고 날 수 있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날 보고 혼란스러워해도 내 알 바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퀴어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걸 초월한 고수가 되기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내가 사람들에게 동방불패 같은 존재처럼 보인다면 오히려 영광이다. (날아다니는 여자: 〈동방불패〉 동방불패, 28쪽

그렇게 솔과 지완이 친구에서 연인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정말 오랜만에 로맨스에 과몰입했다. 자신의 진짜 감정에서 도망치지 않고 숨지도 않는 솔과 지완을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즐거웠다. 이런 이야기를 좀 더 일찍 봤더라면 어땠을까? 동성인 친구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해도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면, 때때론 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