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에 순응하며 왕조사를 함축한 궁궐들
그 아름다움을 더욱 빛내주는 고궁 가이드
책을 덮는 순간 풍경과 서사가 잔잔한 울림을 준다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여백으로 남은 조선의 5대 궁궐. 우리는 왜 이 궁궐들에 매료될까? 무엇이 우리를 궁궐로 이끄는가? 이 책은 그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담고 있다. 『궁궐과 풍경』은 역사전문 가이드인 안희선이 6년간 주목해 온 궁궐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담고 있다.
저자의 시선에는 궁궐이 품어낸 자연과 그곳에 있었던 서사와 인물이 포착된다. 사계절 매일같이 궁을 드나들며 카메라로 담아낸 장면들은 풍경의 이면에서 어우러지며 부대꼈던 슬픔과 기기쁨이 교차된다. 우리가 왜 궁궐에 매료되며, 빌딩 숲에서도 온기를 품고 여유를 주는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는 조선왕조가 남긴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보여 준다.
즉흥적이고 빠른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한 오늘날 현대 도시인들에게 저자는 우선 사진 한 컷 한 컷으로 메시지를 전한다. 유려하고 경륜 있는 가이드이기도 한 저자는 풍경 하나하나에 가치를 부여한다. 저자가 시선을 옮길 때마다 궁궐은 수백 년간 자신이 숨겨온 속살을 드러낸다. 인왕산과 북악산의 호위를 받는 근정전의 자태는 행각에서 바라볼 때만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동쪽을 바라보고 설계된 창경궁에서는 어떠한가. 정전인 명정전에 올라서 정면을 응시하면 동쪽으로 펼쳐진 옛 도시, 한양이 펼쳐진다.
각 궐의 전각과 문양에 대한 설명은 적절한 교양 선에서 지나치게 깊기도, 그렇다고 결코 가볍지도 않다. 친절하고 유익하고 흥미롭다. 전통 건축이 지닌 고루한 형태론적 이야기로 빠지지 않고 마냥 실록 속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새지도 않는다.
관람객들은 대개 정문에서 시작하여 정전에서 일정을 마친다. 그 뒤편에 자리한 왕실의 생활공간과 뒷이야기는 관심 밖이다. 저자는 흥미로운 접근방식으로 읽는 이를 시간여행으로 이끈다. 왕실과 신하, 외국 사절은 물론 수많은 낭인과 궁녀가 거닐었을 각 궁궐의 금천교가 바로 모든 궁 이야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