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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러시아 언어문화
저자 정정원
출판사 한국문화사
출판일 2013-10-10
정가 30,000원
ISBN 9788968170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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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20세기의 언어학은 주로 언어의 형태 혹은 형식에 몰두하였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20세기 후반 언어의 의미, 화용적 측면이 주목 받기 시작했고, 20세기 말에서 21세기로 접어들면서 교차 언어적, 문화언어학적인 연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즉, 언어의 형식 안쪽에 자리 잡은 의미 혹은 언어의 형식 밖에 자리 잡은 문화나 사회에 대한 연구가 점점 더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관점은 특별한 분석도구나 복잡한 공식, 변형규칙 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소수 전문가들의 영역이었던 언어학을 일반인의 언어학으로 확장시켜, 일종의 언어학적 민주화를 가능하게 하였다.
하지만 실제로 대학 강단에서 문화언어학을 소개할 때 주교재로 사용할만한 연구서는 한국뿐 아니라 영미권이나 러시아어권에도 많지 않다. 러시아언어학계에는 한국이나 영미보다 문화언어학 연구가 좀 더 활발하지만, 문화언어학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연구보다는 개별적 소주제를 통한 접근이 좀 더 우세하다. 이것은 분석적이고 세밀한 연구를 추구하는 러시아언어학계의 전반적인 학풍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문화언어학이라는 것이 이제 막 발돋움을 시작한 새로운 분야이고, 본질적으로 다양성과 확장성에 기반하고 있어, 그것을 완결된 분과로 다루기보다는 아직 발전과 변용의 여지가 많은 열린 학문으로 접근하는 편이 합리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2006년 2학기 연세대에서 처음으로 “슬라브언어와 문화”라는 수업을 맡게 되었을 때 마땅한 교재가 없어 막막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오히려 자유롭게 테마를 선택하여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2007년 2학기에는 첫 수업의 내용을 정리하여, 12 테마를 담은 A4 약 80쪽짜리 교재를 사미즈닷(samizdat, 즉 자가 출판의 형태로 제본하여 사용하였다. 이후 테마의 종류와 내용을 점차 확장해 2009년, 2010년, 2011년 “러시아 언어문화”수업에서는 약 90, 120, 160쪽의 사미즈닷 교재로 발전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