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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삼국유사, 바다를 만나다 : 민중의 바다 이야기의 바다 - 고전오디세이 3
저자 정천구
출판사 산지니
출판일 2024-05-08
정가 29,800원
ISBN 9791168613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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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인문주의의 바다, 삼국유사

1부 역사와 바다
바다가 기른 영웅, 탈해
바다 건너 문화를 전한 연오랑세오녀
유교 이념에 묻힌 김제상의 부인
바다와 강을 빼앗겨 멸망한 백제
바다에 잠든 통일 외교의 영웅, 김인문
업보를 씻으려 바다에 누운 문무왕
조화와 공존의 가락, 만파식적
바다가 유혹한 수로부인
탐욕으로 무너진 장보고와 청해진
바다의 관용을 지닌 처용랑
망국의 여왕 그리고 바다의 영웅 거타지
해양 강국을 이룩한 김수로왕

2부 불교와 바다
이루지 못한 불국토의 꿈, 허황옥
철강과 철학의 조화, 황룡사장륙존상
바닷길을 지켜준 관음보살들
바다 건너온 부처님 사리와 불경
동해의 수호신이 된 관음보살과 두 고승
동해 물고기들의 성지가 된 만어산
고기잡이를 방해한 산속의 석탑
서쪽 유학(留學의 길을 연 원광법사
후삼국의 서해와 보양 스님
천축으로 돌아간 승려들
법의 바다에서 나루가 된 자장율사
바다의 중생에게 계를 준 진표
서해에서 나라를 지킨 명랑법사

글을 마치면서
참으로 놀라운 것은 백제의 멸망이 바다와 강을 잃으면서 초래된 것임을 꿰뚫어본 민중의 안목이다. 그리고 이야기로써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그 지혜 또한 대단하지 않은가. (중략 어쨌든 민중의 이야기는 육지에서 신라의 성들을 빼앗으며 그 전과에 만족하는 데 그쳤던 의자왕 및 백제 조정에 대한 은근한 비판이었다.

백제는 두 면이 바다였다. 이제 우리나라는 세 면이 바다다. 과연 저 이야기의 바다, 또 역사의 바다에서 우리는 무엇을 들여다보고 건져내야 할까? (중략 일연은 바로 그 숨겨진 힘을 민중의 이야기에서 발견하였고, 그래서 『삼국유사』를 편찬하였던 것이다.
_「바다와 강을 빼앗겨 멸망한 백제」 중

일연은 역사적 사건은 물론이요 그와 관련한 민중의 이야기와 그 속에 숨겨진 지혜를 소중히 기록하고자 했다. 백성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때로 허황되고 사사롭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분명 제 나름의 가치가 존재한다.

상징은 관념보다 경험에서 나오고 또 경험에서 더 풍부해지는데, 원시 고대의 신화가 상징의 보고(寶庫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중세에 들어서면서 신화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치부되어 지식인들로부터 배척받았지만, 민중은 여전히 그런 신화의 세계에서 살았다. 그리고 그 흔적을 이야기 속에 남겼다. 탈해 이야기에 상징성이 풍부한 것도 민중의 경험과 상상력이 빚어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교적 관점에서 편찬되어 지식인의 역사인식을 담아낸 『삼국사기』에서는 “성의 북쪽 양정(壤井 언덕에 장사지냈다”고만 적고 있어서, 그 상징성을 현저히 떨어뜨렸다.
_「바다가 기른 영웅, 탈해」 중

민중의 신화가 던지는 역사의 재발견

1289년경에 일연이 편찬한 『삼국유사』는 20세기에 들어서야 비로소 우리 민족의 고전으로 대접받았다. 근대로 넘어오면서 민족주의가 대두되자 『삼국사기』와 달리 사대주의적인 성향이 없고 오히려 매우 주체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또한 『삼국사기』에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상고사와 고대사에 대한 정보를 부분적으로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