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내가 공감할 우리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
책을 덮은 뒤에도 긴 여운이 감도니 여러 번 다시 펼치게 되지 않을까.”
-최고봉(강원 초등교사
날개를 다친 까마귀는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해진 채로 깊은 산에 숨어든다.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도록 온몸을 꼭꼭 가리지만, 우렁우렁 울리는 산의 목소리는 틀어막은 귀를 파고든다. “너 까마귀로구나. 까맣고 불길한 까마귀. 애써 아닌 척해 봐야 너는 너야. 새까만 까마귀.” 깊은 어둠 속으로 침잠하여 기나긴 밤을 보낸 까마귀에게 현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까마귀가 늘 까맣기만 한 건 아니지. 하늘빛에 물들어 금빛으로도, 자줏빛으로도, 비췻빛으로도 빛나거든.” 애써 부정하던 자신을 받아들이며 까마귀는 힘차게 날아오른다.
그림책 작가 미우가 자기 고백적 서사로 재구성한 까마귀 우화
《사탕괴물》, 《공포의 새우눈》 등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즐겁고 유머러스한 그림책과 강연을 통해 적극적으로 독자들을 만나 온 미우 작가는 한편으로 새로운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싶다는 열망에 늘 목이 말랐다. 고전에서 지혜를 얻고자 이런저런 글을 찾아 읽던 작가는 어느 날 연암 박지원이 조카 박종선의 시집에 쓴 서문 〈능양시집서(菱洋詩集序〉를 만나면서 눈이 번쩍 뜨였다. 공작처럼 아름다워 보이려고 다른 새들의 깃털을 주워 모아 온몸에 꽂아 보지만 결국 비웃음만 사고 쫓겨난다는 이솝 우화 속 까마귀 이야기는, “까마귀는 본디 정해진 빛이 없다. 보기에 따라 유금빛으로, 석록색으로, 자줏빛으로, 비취색으로 반짝인다.”며 세상의 고정관념을 꼬집는 연암의 경구로 이어진다. 그에 더하여 자신을 한 가지 결로만 규정하는 세상의 편견을 탓했지만, 그런 편견을 고스란히 받아들여 자기 가치를 폄하한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 아니었는지 되돌아보는 자기 고백적 서사로 나아간다.
내면의 그림자를 마주하며 자신을 수용하도록 용기를 북돋는 그림책
《나는 까마귀》에서 까마귀가 아무도 모르게 숨어든 산은 빽빽한 나무숲 같기도, 어두운 깃털 같기도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