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하며 아동 문학계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우리 시대 젊은 거장 시드니 스미스의 신작. 아이와 엄마는 침대에 누워 지난 추억을 하나둘 끄집어낸다. 세 식구가 함께 들판으로 나들이 갔던 날, 자전거를 배우다 건초 더미 위에 넘어진 날, 폭풍우로 정전이 되었던 날…. 작은 등불 같은 기억을 더듬다 보니 어느새 날이 밝아 오고, 햇살이 아이와 엄마를 포근하게 감싼다. “이것도 기억하게 될까요? 아마 이렇게 말하겠죠. …걱정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았어요. 우린 잘 지낼 줄 알았으니까요.” 잠든 엄마를 바라보며 아이는 나직이 속삭인다. 새집에서 맞이하는 아침, 도시는 붉게 물들어 가고 아이와 엄마는 서로를 껴안은 채 잠이 든다. 가족에게 찾아온 변화, 그에 따른 상실감과 슬픔, 두려움을 희망으로 바꾸는 ‘기억’에 관한 이야기.
엄마와 아이가 서로에게 건네는 아늑하고 고요한 위로!
어스름한 달빛이 방안을 비추고, 아이와 엄마는 잠자리에 눕습니다. 그리고는 지난 추억을 하나둘 끄집어내지요. “기억나니?” 엄마는 아이에게 묻습니다. 아빠, 엄마, 아이, 셋이서 아무도 없는 들판으로 나들이 갔던 날이 기억나는지를요. 아이는 한 움큼 따서 엄마 아빠와 나누어 먹은 산딸기가 정말 달콤했다고 대답합니다. 이번에는 아이가 엄마에게 “기억나요?”하고 물어봅니다. 생일날 아빠가 불러 바깥으로 나갔더니, 엄마가 생일선물로 자전거를 안겨 준 날이 기억나는지를요. 엄마는 혼자 가 보라고 잡은 손을 놓자마자, 아이가 중심을 잃고 푹신한 건초 더미 위로 쓰러져 깔깔대던 일이 기억난다고 대답합니다. 엄마와 아이는 그렇게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를 이어 갑니다. 폭풍우가 쳐서 온 집안에 정전이 되었던 날, 집을 떠나 트럭에 짐을 싣고 고속 도로를 끝없이 달렸던 날까지요.
추억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동이 틉니다. 아이는 창문을 열고, 따스한 햇살을 마주하지요. 그리고는 덜컹거리며 지나가는 버스와 빵 굽는 냄새를 풍기는 길 건너 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