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려라〉에서 한글은 수단이자 목적 그 자체가 된다
한국의 대표적인 디자이너이자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의 교장 ‘날개’로 알려진 안상수는 지난 40여 년간 한글 문자의 조형을 깊이 연구하며 문자가 중심이 된 시각의 세계를 탐구해 왔다. 그의 작품에서 문자의 형상에 깃든 말, 소리, 생각은 순수한 이미지로 거듭나며, 조형적 아름다움을 통해 보이는 세계 이면에 잠재한 문자의 정신적인 부분을 추적해 낸다. 가장 최근의 대표작 〈홀려라〉(2017-현재는 2017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최된 개인전 《날개.파티》에서 처음 소개된 이후 계속해서 새로운 스타일로 변주를 거듭해 온 작품이다. 『문자반야』는 지난 10년간 전개된 〈홀려라〉를 한자리에 망라하고, 작품에 관한 전문적인 해설을 통해 그의 ‘문자도’를 더욱 깊이 경험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언제나 한글을 중심에 둔
안상수 작가가 그려온 궤적
날개 안상수는 디자인과 순수예술, 교육자와 기획자, 타이포그래피와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을 넘나들며 기존의 경계나 관습을 해체하고 새로운 비전을 모색하는 시각 활동을 만들어 왔다. 캔버스, 책, 웹, 포스터, 로고 등 다양한 미적 공간에서 구축되는 그의 ‘문자도’는 변화하는 매체적 환경과 긴밀하게 조응하며 새로운 관계를 매개하고, 이 모두를 어떤 규칙과 의미를 생성하는 ‘언어’로서 나아가게 한다. 그의 작품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위치에서 전개해 온 여러 활동, 그리고 한글 문자를 중심에 둔 우리 역사에 관한 애정과 기억에서 비롯된 삶의 실천과도 같다.
동시대 한국 예술가의 사유를 탐험하는
안그라픽스 ACA 컬렉션
어느 예술가에게 관심이 있냐고 묻는다면 많은 이는 몇백 년 전 예술가들을 소환하곤 한다. ‘고전 미숱 작품으로 보는 OOO’과 같은 제목의 책들이 예술 분야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견고히 지키는 것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역사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쳐온 과거 예술가에 대한 배움은 예나 지금이나 중요하게 여겨지고, 실제로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