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를 보낼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사그락사르락, 연필깎이가 돌아갈 때마다 늘어나는 고민
주이는 만난 적도 없는 사진 속 아이에게 정성껏 편지를 쓴다. 안부를 묻기도 하고, 고민을 편지에 적어 보기도 한다. 비밀 상자에서 발견한 사진 속 아이는 마치 만났던 것처럼 친근하다. 주이는 책상 서랍에 몰래 넣어 놓은 연필깎이의 주인이 사진 속 아이일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며칠 뒤 주이는 학교에 연필깎이를 가져갔다가 잃어버리고 무척 속상해한다. 게다가 집 안 분위기도 예전 같지 않아서 마음이 더 불편하다. 아빠가 새로운 일을 시작했지만, 아빠를 대하는 엄마의 모습이 냉랭하다. 주이는 아빠에게 느껴지는 거리감이 아빠의 일과 관련이 있다고 짐작만 할 뿐 쉽게 묻지 못한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해결되지 않는 고민 속에서 주이는 마음이 복잡하기만 하다. 그리고 우연히 사진 속 아이와 똑 닮은 유아를 만나는데…….
계단 위의 소년이 전한 선물
한낮의 햇살처럼 빛난 우리의 우정
답답한 마음에 평소와 다른 길로 하교하던 주이는 골목에서 만난 유아와 친구가 된다. 유아도 주이처럼 잃어버린 걸 찾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괜한 친근함을 느낀다. 유아는 그림도 잘 그리고, 주이의 이야기도 잘 들어준다. 유아는 주이의 고민 많은 얼굴을 보고는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내 마음과 상관없이 일이 생길 때, 기왕이면 좋은 쪽으로, 행복한 그림을 그려 봐.
그럼 신기하게 정말 그렇게 된다?”
연필깎이를 잃어버린 것도, 아빠의 비밀도,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엄마의 마음이 아픈 것도 주이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진 일들이다. 처음 겪는 일에 주이는 고민하지만 유아의 말처럼 힘든 일도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서 마음을 단단하게 해 본다. 유아가 주이에게 건네는 위로는 주이 마음속 그늘에 빛을 비춰 준다. 그리고 주이는 엄마 아빠에게 연필깎이에 대해 물어보고, 부모님이 말해 주지 않는 진실에 다가가는 용기를 내 본다. 연필깎이는 주이와 가족의 관계를 회복하게 도와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