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구멍 속에 무엇이 있을까?
내 땅이 넓지! 아니, 내 땅이 더 넓지! 다투던 토끼와 여우가 땅에 난 구멍을 하나 발견한다. 구멍 속에는 반짝이는 무엇이 들어 있다. 여우가 반짝이는 그것을 들어 올리자 약이 오른 토끼도 얼른 구멍을 하나 파서는 보물을 찾아본다. 그러자 여우가 작은 삽을 가져와 더 열심히 구멍을 판다. 질세라 토끼의 구멍은 더 커지고, 여우의 구멍도 점점 커진다. 이제 보물이 중요한 게 아니다. 누가 더 커다란 구멍을 파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런저런 도구를 동원해 구멍을 파던 토끼와 여우는 혼자 힘으로는 안 되겠는지 힘센 친구들을 부르기 시작한다. 본격적이다. 토끼 무리와 여우 무리는 각각 힘을 모아 제 키보다 훨씬 깊게 구멍을 파 나가기 시작한다. 크고 작은 삽과 괭이, 드릴 등 온갖 도구들 앞에 굴착기까지 등장한다. 토끼의 구멍, 여우의 구멍 두 구멍은 점점 더 크고 깊어진다. 이들의 땅파기 대결은 어디까지 갈까?
어디 한번 누가 이기나 보자!
아주 작은 구멍에서 시작된 땅파기 대결은 토끼와 여우의 친구들이 몰려오고, 무시무시하고 강력한 온갖 도구가 동원되며 점점 과열된다. 대결이 뜨거워질수록 구멍은 깊어진다. 파면 팔수록 힘들고 지치지만 대결을 멈출 수는 없다. 그런데 힘든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구멍이 깊어질수록, 땅속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친구들의 삶이 위협을 받는다. 토끼와 여우가 열심히 땅을 팔수록 그림책 속 하늘 공간은 좁아지고, 땅의 공간은 깊어진다. 땅속이 드러나면서 그 속에 살고 있던 여러 친구들도 모습을 드러낸다. 처음 땅속으로 들어간 친구는 작은 애벌레였다. 소풍 나온 듯 혼자 땅 위를 기어다니며 햇볕을 즐기던 애벌레는 새들의 표적이 된 순간 급히 땅을 파고 속으로 들어간다. 빨리빨리! 땅속으로, 엄마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마음 급한 애벌레가 향하는 방향을 따라 내려가면 여유롭게 요가를 즐기고 있는 애벌레 두 마리가 보인다. 새에게 쫓기고 있는 애벌레의 가족인 듯하다. 그러게 엄마 곁에 있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