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말
히브리어 단어 의미를 알게 되면
우리의 상상의 넓이와 깊이는 확장된다!
구약성경은 히브리어로 기록되었다. 오늘날 영어는 전 세계 공용어이기라도 한 양 그 위세가 대단하지만, 히브리어는 그야말로 변방의 작은 지역에서 쓰이던 언어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주전 6세기 초 예루살렘과 유다가 멸망하면서 점점 덜 쓰이는 언어가 되고 말았다. 이후 이스라엘 백성은 주전 2세기 중반에서 1세기 중반까지 짧은 세월을 제외하고는 국가 자체를 이루지 못한 채 고대 중동 세계 전역에 흩어져 살아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세상을 휘어잡는 강력한 제국이 아니라 국가 자체가 사라진 민족이 고백하고 보존한 그들의 신앙은, 그들도 점점 사용하지 않게 되어 이후로 일상에서는 쓰이지 않게 된 언어로 기록되었다. 그렇게 이루어진 구약성경이 지금까지도 온 세상을 향해 하나님의 깊고 선하신 뜻을 증언한다는 점은 놀랍고도 놀랍다. 영향력은 숫자나 위세나 크기 같은 것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히브리어 알파벳은 원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아서, 히브리어를 배우는 일은 진입장벽이 꽤 높다. 히브리어를 배우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 가운데 대부분은 한 달 정도 지나면, “굳이 배울 필요가 있을까? 이미 잘 번역된 우리말 성경이나 영어 성경이 수두룩한데”라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기 시작한다. 이렇게 힘든데 내가 배운다 한들, 그런 번역 성경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뭉게뭉게 피어올라 계속 공부할 힘을 잃기 십상이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히브리어를 배워서 혼자 힘으로 구약을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 히브리어를 어느 정도 배웠다 해서, 번역된 성경보다 더 정확하고 깊게 번역할 수도 없다. 히브리어를 배우는 까닭은 새로운 번역을 시도하는 데 있지 않다. 히브리어를 알게 되면, 해당 단어나 표현에 대해 음미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미슈파트’라는 단어를 예로 들어보자. ‘미슈파트’의 기본적인 의미는 ‘재판’인데, 이 단어의 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