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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나쁜 책 : 금서기행
저자 김유태
출판사 글항아리
출판일 2024-04-26
정가 19,800원
ISBN 979116909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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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_안전한 책들의 칵테일파티

1부 아시아인들은 못 읽는 책
8만 명의 성폭행을 고발하고 죽다
― 아이리스 장, 『난징의 강간』
‘상갓집 개’처럼 버림받은 우한의 수천만 생명
― 팡팡, 『우한일기』
주사 약솜 하나로 아홉 번을 문질렀다
― 옌롄커, 『딩씨 마을의 꿈』
CIA 간첩을 고문한 소설, 베트남에서 못 읽는 이유
― 비엣 타인 응우옌, 『동조자』
일본 731부대를 추적한 천재 소설가
― 켄 리우,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

2부 독자를 불편하게 할 것
우린 모두 ‘강자의 안경’을 심장에 박아넣었다
― 토니 모리슨, 『가장 푸른 눈』
연쇄살인범들의 성경으로 불렸던 피 얼룩 같은 책
― 브렛 이스턴 엘리스, 『아메리칸 사이코』
턱뼈 전체가 날아간 한 여성의 마약 사냥
― 척 팔라닉, 『인비저블 몬스터』
폭력과 증오는 사악한 세상이 잉태하는 것이다
― 카밀로 호세 셀라, 『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
금기를 구원처럼 선택하고야 마는 인간들의 자화상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어둠 속의 웃음소리』

3부 생각의 도살자들
한 번의 농담에 5년간 군대에 끌려간 남자
― 밀란 쿤데라, 『농담』
생각의 도살자여, 내 사유는 폐기할 수 없노라
― 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
전두환의 계엄군도 광주 시민도 이 책을 읽고 똑같이 분노했다
― 이문열, 「필론의 돼지」
종이책이 마약보다 혐오스러운 세상은
― 레이 브래드버리, 『화씨 451』
돌에 묻은 피와 살 그리고 거기서 들리는 비명
― 이스마일 카다레, 『피라미드』

4부 섹스에 조심하는 삶의 이면들
낮에는 매춘부, 밤에는 소설가
― 넬리 아르캉, 『창녀』
왜 젊은 거장은 ‘자위행위 소설’을 썼을까
― 필립 로스, 『포트노이의 불평』
인간에게 죄의식을 선물한 바울식 운명의 강요
― 마광수, 『운명』
주린 배를 움켜쥐고도 내 성기는 발기했다
― 헨리 밀러, 『북회귀선』
초등학생인 내 아이가 LGBTQ 책을 읽는다면
금지된 책을 열어젖힐 독자는 누구인가
겹겹으로 싸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드러나는 세계
망각 속에 묻힌 나쁜 책 30권을 광휘롭게 복권시키다

안전하지 못한 책이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

나쁜 책이 있다. 읽는 순간 위험해질 수 있어 독자의 손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출판사를 협박하거나 혹은 인쇄된 책을 회수해 폐기한다. 주로 정치권력이나 종교계 권위자들이 나서서 한 일이다. 평범한 어떤 시민들도(그들은 권력자가 아니지만, 역시나 나쁜 책을 묵과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한다. 읽는 순간 나와 내 가족이 살인 등의 사건, 부도덕 등의 가치 혼란에 물들거나, 내 아이의 정체성이 바뀌거나, 혹은 이교도들이 내가 사는 곳을 점거할 것 같아서다. 나쁜 책을 두려워한 모든 이는 ‘안전한’ 사회를 원했다.
하지만 문학은 그 자체의 에너지보존 법칙이 있는 듯하다. 어떤 문학들은 뒷걸음질하는 법 없이 불에 덴 듯한 뜨거운 문장으로 파고들거나 혹은 카프카처럼 차가운 문체로 불길에 맞섰다. 작가들은 각자 다른 나라와 시대에 속해 다른 작품을 썼지만, 하나의 관점을 공유했다. ‘안전하지 못한 책이 안전한 사회를 만든다’는 역설이다.
김유태의 『나쁜 책』은 인류의 역사에서 안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형된 후 널리 알려진 책 30권을 골라 여행을 떠난다. 여행(혹은 탐험이라고 한 이유는 30권 모두 독자를 우선 작가의 모국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그 책은 그곳에서 찢기거나 방화되거나 국경 밖으로 내쳐졌기에 그 내력을 찾아 독자는 작품이 발표된 사회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대부분이 픽션인 이 순수문학 작품들은 허구의 산물로 대우받지 못하고 현실 법정의 피고인석에 세워졌다. 상상은 늘 현실보다 더 리얼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걸 역사는 우리에게 가르쳐왔다. 둘째, 이 작품들은 겉으로는 사회를 위반하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 한 시대를 추동하는 정신이 심어져 있다. 그것들은 몇 겹의 구조로 되어 있으며, 저자는 중첩된 구조 속으로 독자와 동행하며 상징과 알레고리 등을 손에 만져지는 것처럼 감각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