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 학사=연대측정방법 발달사?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고고학 연구이건, 공통적으로 부닥치는 가장 큰 어려움은 해당 자료의 나이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다. 유물이나 유구 그 자체가 만들어진 나이와 더불어, 이를 인간행위와 퇴적과정이 언제 일어난 것인가를 정확하게 안다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그런 만큼 고고학 학사는 연대측정방법 발달사라는 극단적인 관점도 나올 수 있겠다.
1949년 물리학자 J.R. 아놀드와 W.F. 리비에 의해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이 개발되었으며, 19세기 중반 고고학이 시작한 이래 가장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고고학 자료의 나이를 측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이 과학적 수단의 중요성과 의미를 두고 저명한 고고학자 콜린 렌프류는 방사성탄소 혁명(Radiocarbon Revolution이라고 평가하기도 하였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이 제공한 새로운 자료는 인류 역사 해석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여 고고학 연구는 질적으로 새로운 도약이 가능하게 되었다다.
이 책은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 특히 그 고고학적 응용을 소개한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 방법의 기본 원리부터 측정결과의 사용과 해석까지를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방사성탄소연대측정
우리나라에서는 1960년대 말 원자력연구소에 실험용 소형 원자로인 TRIGA Mark IV를 설치하였고, 이와 더불어 실험적으로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수십 년 동안 국내에서 측정된 방사성탄소연대는 극소수에 불과했으며, 그 결과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경우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폭증하는 발굴과 더불어 21세기 들어 고고학 연구자 사이에서는 방사성탄소연대측정에 대한 관심이 뒤늦게 크게 높아졌다. 때맞추어 설치된 서울대학교 AMS실험실을 비롯한 몇몇 첨단 분석 시설은 고도로 정밀한 측정치를 제공해주고 있고, 외국의 상업적 실험실에서도 한국 고고학계는 주요 고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