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이념에서 국가 재건 이념을 통한 내재화로의 성리학의 변신
조선은 어떻게 사족 지배 사회가 되었나?
지역을 통해 읽는 조선 시대의 속살과 생활사
일기를 통해 읽는 격동의 시대, 미시사를 통한 새로운 조선 시대사의 탐구.
임진왜란은 각종 사화를 겪으며 사림 세력이 지배 세력으로 자리 잡게 된 조선 사회가 본격적으로 ‘유교화’되는 과정에서 겪은 가장 큰 ‘외적’ 시련이었다. 이러한 고난에 대해서는 내외적 원인론부터 국제 정치적 흐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이 이루어졌으나 각각의 개인이나 지방의 민초들이 겪은 실상은 거의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채로 있다. 동시에 겨우 내적 정당화 과정을 거친 성리학의 이념이 어떻게 그러한 외적 도전에 응전하고 어떠한 논리로 다시 사회를 재건해나갔는지 또한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것과 관련해 중요한 점은 그러한 과정을 어떠한 시점에서 바라보는가이다. 이 책은 이와 관련해 하나의 관점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바, 아래로부터의 역사 즉 미시사가 그것이다. 이를 위해 이 책에서는 다양한 개인이 남긴 일기 및 그와 유사한 기록, 지방 정부의 기록을 통해 ‘풀뿌리 역사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1장에서는 한 개인이 어떻게 전쟁을 체험했으며, 이 과정에서 국난에 어떻게 일상적으로 대처하고 극복했는지를 중심으로 ‘일상사’를 재구성해보고 있다. 2장에서는 한 지역의 사족들이 남긴 일기에 대한 분석을 통해 전후의 광해군 대의 사회경제적 변화를 지방과 중앙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3장에서는 대구를 대표하는 학자이자 의병장이던 손처눌의 일기에 대한 섬세한 읽기를 통해 사족들의 전쟁 대처 양상과 함께 전후에 그들이 어떻게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해나갔는지를 탐구한다. 4장에서는 전후 지방의 사족들이 지역의 공론을 어떻게 형성하고 운용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5장에서는 한 부자의 일기를 비교 검토함으로써 전후의 의례 생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