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가득 답답한 모습을 어떻게 그림으로 표현할까?
그림책을 만드느라 몸과 머리를 많이 쓰고 나면, 이해진 작가도 쉽게 잠들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이 그림책은 이해진 작가의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자신의 이런 괴로움을 아이의 모습을 빌려 잘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림책 생각, 못난 생각, 잘난 생각이 머릿속을 빙빙 돌며 잠자리를 내주지 않는 안타까운 모습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날의 괴로움처럼 그림도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지금의 그림 형식과 같은 이미지가 떠올랐습니다.
이 그림책은 보통 그림책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기지 않고, 아래에서 위로 펼치는 책입니다. 그래서 아이의 머릿속이 점점 커 가는 모습을 알맞게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머리 모양도 독특합니다. 비둘기나 고양이가 점점 늘어갈수록 아이 머리도 커 갑니다. 머리만 커 가는 게 아니라 마치 어떤 텔레파시가 멀리멀리 뻗어 가는 모습 같기도 합니다. 어디까지 뻗어갈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머릿속은 비둘기와 고양이와 매미의 텔레파시로 가득합니다. 아직 마음껏 못 놀았다며 아이를 깨우려는 뜻인지, 아니면 정말 잠을 못 자게 괴롭히겠다는 뜻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책장을 얼른 덮어 주고 싶습니다. 그래야 아이 머리도 작아지고 텔레파시도 멈추고 스르르 잠이 들 테니까요.
그 흔한 파스넷 좀 어디 없을까요?
이해진 작가는 그림도 너무 흔한 재료로 그렸습니다. 작가가 쓴 주 재료는 동네 문구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파스넷입니다. 짙푸른 파스넷만큼 잠들지 못하는 밤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재료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온 동네 문구점을 찾아다녔습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파스넷이었지만, 진청색만 따로 파는 곳은 없었습니다. 무조건 세트로 사야 했지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아는 작가들과 아이 엄마들을 찾아다니며 남는 진청색 파스넷 좀 얻을 수 있느냐며 동냥 아닌 동냥을 해야 했지요.
형광 분홍으로 물든 비둘기와 고양이와 매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