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를 꿈꾸는 구두장이가 전하는 응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기주 씨는 어릴 때 피아노를 치고 싶었어요. 아버지의 구두 가게가 있는 건물에 피아노 학원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가 정말 좋았거든요. 그런데 아버지의 바람대로 구두장이가 되느라 어릴 적 꿈은 까마득히 잊히고 말았지요. 그렇게 50여 년이 흐르고 여느 때처럼 늦게까지 구두를 만들고 집으로 향하던 기주 씨는 텅 빈 기차역을 보며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아요. 기차처럼 같은 길로만 시간에 맞춰 내달리느라 여태껏 자신을 위한 구두 한 켤레조차 만들지 않았다는걸요.
“이제 나를 위한 구두 한 켤레쯤은 만들어도 되지 않을까?”
-본문 45쪽
자신을 위한 구두 한 켤레를 만들겠다는 기주 씨의 다짐은, 잊고 있었던 꿈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다짐이기도 해요. 기주 씨는 오랫동안 구두를 만들어 오면서도 가슴 한편에 피아노를 향한 꿈을 소중히 간직해 왔어요. 그리고 그 꿈을 위해 용기를 내어 새로운 도전에 나섰지요. 직접 만든 구두를 신고 피아노 앞에 앉은 구두장이 피아니스트를 떠올려 보세요. 정말 멋지지 않나요?
꿈에 대한 용기를 북돋는 글과 감성적인 그림의 만남!
서울역 옆 염천교에 가면 우리나라 최초의 수제화 거리가 있어요. 1925년에 조성되어 오랜 시간 많은 구두장이가 오가며 수제화를 만들어 왔고, 현재는 약 25개의 수제화 전문점이 남아 수제화 거리의 명맥을 이어 가고 있죠.
김해원 작가는 세월이 흘러 이제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차츰 잊히고 있는 거리를 작품의 배경으로 삼아요. 그리고 그 안에서 여전히 긍지를 가지고 구두를 만드는 한 구두장이의 삶과 꿈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죠. 손님들을 위해 성실히 구두를 만들고 구두가 좋은 곳으로만 손님을 모시고 가길 바라는 구두장이의 소박한 바람은 독자들을 절로 미소 짓게 해요. 그러면서도 어릴 적 꿈을 향해 한 발 나아가는 늙은 구두장이의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답니다.
구두장이의 하루를 세심한 관찰력으로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