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의 4·3 보리미술은 지금은 사라진 4·3 희생자들을 오늘에 불러내 진실을 세우려는 작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제 제주의 모든 풍경이 달리 보일 것이다. 오르한 파묵의 말처럼 〈모든 풍경의 아름다움은 슬픔에 있다〉.”
그래픽 다큐멘터리로 살피는 4·3
2023년은 ‘제주 4·3’이 75주년이 되는 해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4·3 당시에 자행된 국가폭력에 대해 사과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1948년 4월 3일 첫 봉기의 순간으로부터 75년의 세월이 흐르고, 또 국가원수가 명백한 국가폭력에 대해 사과하고 20년이 지났어도 4·3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4·3은 아직 제대로 된 이름을 갖고 있지 못하다. 누구는 사건이라 하고 누구는 항쟁이라 한다. 4·3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그 희생의 성격을 무엇으로 바라보고, 그 희생과 피해에 대해 어떻게 보상할지는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다.
『틀낭에 진실꽃 피엄수다』는 4·3의 진실을 전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들을 살피는 책이다.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그래픽 노블’처럼 『틀낭에 진실꽃 피엄수다』는 보리줄기를 사용해 만든 그림에 4·3의 결정적인 순간들과 비극적 운명의 사람들을 소개하는 ‘그래픽 다큐멘터리’다. 이수진 작가가 보리미술로 탄생시킨 그림들은 4·3 당시 사라져버린 사람들과 마을들의 존재를 증언하고, 희생된 이들의 영혼을 불러내 진실의 목소리로 위로한다. 이수진 작가가 소재로 사용하는 보리줄기는 4·3 때 폐허가 돼 끝내 재건되지 않은 마을들의 옛 터에서 자란 것들이다. 작가는 사라진 사람들의 혼이 그 보리줄기에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며 작품을 만들었다.
산딸나무에 진실꽃이 피었습니다: 틀낭에 진실꽃 피엄수다
『틀낭에 진실꽃 피엄수다』는 제주가 품고 있는, 반세기 이상 국가가 숨기고 억눌러온 폭력과 야만의 역사에 관해 이야기한다. 제주는 오래도록 변방의 섬으로 역사의 주 무대에서 떨어져 있었지만, 해방 후 이념 전쟁에 휘말려 한국 현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