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이제 내가 최이재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이재에게 주어진 12번의 죽음 직전의 삶을 하나하나 살아보면서 그는 잠깐은 설레고, 잠깐은 기대에 부푼다. 하지만 곧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거대한 벽을 만난다. 그가 아무리 발버둥치더라도 그는 최이재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삶을 대신 살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범죄자였든, 돈이 아무리 많든, 늘씬한 몸매를 가진 청년이든, 더 이상 최이재로 살아볼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어쩌면 죽을 용기가 없어서 사는 게 아니라, 나로 살아가는 게 버거워서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