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데 섬의 레니에, 이난나의 사랑을 받은 자여.
그대는 숱한 이들을 매혹시킬 향기를 갖고 있구나….
네 앞에는 두 개의 길이 끊이지 않으리.
그 모든 갈림길에서, 너는 네 운명을 선택해야 하리라!”
이난나 여신의 신탁을 받은 노예 소녀 ‘레니에.’ 하지만 그것은 끔찍한 저주나 다름없었다. “저 애는 살(殺이 끼었어.” 레니에는 자신을 지키려 했을 뿐이건만 주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는 일이 반복되자 황금숲의 노예로 팔려간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고, 황금숲의 아름다운 신관 ‘기치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레니에의 영특함과 순수함에 이끌린 기치다는 어느새 그녀를 욕망하게 되고, 자신의 곁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낙인을 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레니에는 낙인의 저주가 닿지 않는 백염산맥의 깊숙한 동굴로 도망친다.
그러던 중 눈밭에서 사경을 헤매던 ‘쿤’을 발견하게 된 레니에. 북국의 왕자였던 쿤은 목숨을 구해준 그녀에게 마음을 고백하며, 할 일을 마무리 짓고 돌아올 테니 기다려달라고 부탁한다. 레니에는 매몰차게 돌아서지만, 그날 이후 저도 모르게 쿤과의 재회를 기다리는 자신을 깨닫고 오열하는데….
“눈부시게 희고, 차갑게 푸르고,
짙고 붉은 어떤 열기가 선명하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기치다 님은 이런 것을 감추고 계셨나?
이토록 짙고 강렬한 욕망을.”
3권에서는 황금숲의 노예로 있던 시절 위기에 빠진 레니에가 기치다로 인해 목숨을 구하지만, 이 일로 인해 황금숲을 떠나게 된 사연이 드러난다. 레니에를 구하려다 반역자로 몰린 기치다는 황금숲의 대신관 알티르에게 대항하고 그를 몰아내지만, 그 대가로 끔찍한 외로움의 덫에 갇힌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황금숲으로 돌아온 레니에는 끝내 기치다와 해후한다. 낙인을 풀어달라는 레니에의 부탁에 기치다는 천족으로서의 지위를 되찾는 날 그녀를 자유롭게 해주겠다며 조건을 내건다. 그 조건이란, 바로 호시탐탐 대신관 알티르의 자리를 노리는 이들로부터 자신을 지켜봐달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