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이 얼굴, 진짜일까?
1 _ 딥페이크, 얼굴을 바꾸다
딥페이크는 어떤 기술인가?
쉽고, 싸고, 빠른 딥페이크
딥페이크, 심층적 자동화의 기술
2 _ 딥페이크와 폭력의 얼굴
허위정보와 사실의 위기
포르노그래피와 조작된 정서
감춰진 얼굴이 묻다
3 _ 딥페이크와 창작의 얼굴
되살아난 인물, 비즈니스가 되다
진짜 얼굴 vs. 가상의 얼굴
가상의 얼굴이 묻다
4 _ 폭력과 창작 사이, 무엇을 해야 하나?
무엇이 문제인가?
무엇을 하고 있나?
무엇을 해야 하나?
에필로그 ; 새로운 가면 앞에서 물어야 할 것
주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불온함만큼의 가능성을 가진 기술
새하얀 롱패딩을 입은 교황의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다. 사진 속 교황은 허리춤을 벨트로 조인 형태의 흰색 롱패딩을 입고 바티칸 시국의 성 베드로 광장을 산책하고 있었다. 이상한 모습이었다. 항상 같은 옷만 입던 교황이 갑작스레 추위라도 탄 것일까? 생각이 덧붙는 차에, 묘하게 뭉개진 손이 눈에 띄었다. 옥에 티 같은 흐트러진 손은 이 사진의 전말을 드러냈다. 흰색 패딩을 걸치고, 반짝이는 십자가 목걸이를 한 교황의 모습은 이미지 생성 인공지능 모델인 ‘미드저니(Midjourney’가 만든 가상의 이미지였다.
비슷한 시기에 논란이 됐던 또 한 장의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경찰에게 체포돼 연행되고 있는 이미지였다. 트럼프의 다급한 표정을 담은 이 이미지는 소셜 미디어에서 “트럼프가 맨해튼에서 체포됐다”는 설명과 함께 퍼져 나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직전, 한 배우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을 감추기 위해 회사 자금으로 합의금을 지급한 뒤 회계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던 터라, 해당 이미지가 가져온 파급력은 더욱 컸다.
과거의 사진이 순간을 포착해, 해당 순간이 ‘존재했다’는 진실을 증명하는 하나의 자료였다면, 지금의 사진은 그렇지 않다. 만들어진 이미지는 교묘하게 현실의 일면을 파고든다. 그럴듯한 이미지는 온전한 상상과 픽션보다 현실에 더 큰 힘을 발휘한다. 현실에서 태어난 가상의 이미지가 현실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셈이다. 증거의 힘이 사라진 이미지의 시대, 이 시대에서 현실의 믿음직스러움은 더 이상 건재하지 않다.
미국의 작가 ‘아메리칸 아티스트(American Artist’는 2019년, 한 영상 작업을 내놓는다. 그의 작업 〈My Blue Window〉는 21분 56초간 인공지능 도구인 예측 치안 기술의 실행 화면을 보여 준다. 해당 영상에서 비추는 예측 치안 기술은 실제 미국 경찰에게 보급된 도구다. 이 시스템은 흑인과 이주민이 거주하는 동네를 지날 때 말이 많아진다. 범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