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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숲으로 가는 길 (Korean Art Archive 1522 : 002
저자 강희경
출판사 헥사곤
출판일 2023-05-01
정가 20,000원
ISBN 9791192756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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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작품 내용들은 거의 화폭을 유리로 대신한 것이라 보면 정확할 것이다. 단 차이가 있다면 투명한 캔버스라는 점이다. 투명한 캔버스라 함은 빛과의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본질로 하는 조건이다. 바로 이 투명성은 너무나 큰 장점이자 매력이 아닐 수 없다. 투명성을 근간으로 한 작업은 우리 미술문화에 요구되는 새로운 코드에 대한 아주 신뢰할 만하고 실현 가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다중적인 서사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평면의 경우 작품의 표현 자체에 대해 양방향으로의 소통과 참여가 가능하며, 우연한 참여자들이나 환경의 변화는 작품에 다양한 변수로 차입된다. 안과 밖의 구분을 교란시키는 해체주의적 습성을 넘어, 주체와 객체의 다중적 전도와 역할의 변환이 부드럽고 다양하게 경험될 수 있는 장이 바로 작가의 작품세계이다.

투명한 소재를 샌드블라스팅으로 마모시켜 점진적 불투명성이 곧 그림이 되게 하는 제작방식은 작가의 담백한 그림 이미지들과도 잘 어울린다. 작가는 소박한 일상의 모습들은 낙서하듯 자연스럽게 그려나가고 있다. 소박하면서도 기발한 해학과 풍자가 엿보인다. 작가의 해학은 유리회화의 우연적 배경들이 작품으로 들어와 예기치 않은 이미지와 색을 연출함으로써 발생하는 문맥과 어울려 더 번득인다.

더러 안료를 직접 유리에 채색하거나 색유리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가급적 색을 절제하고자 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화면의 어디엔가 투명한 부분을 통해 배경의 풍경 자체가 곧 그림의 것으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우연적 환경을 그림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적절한 투명성의 조절, 즉 농담의 조절은 상당히 섬세하게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본래 한국화를 전공하였던 작가의 이력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이 밖에도 조명을 이용한 작품도 많이 선보이고 있다. 비교적 작지만 다채로운 색상과 이미지들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여기서도 예의 기발한 작가의 감각이 번득인다. 특히 우리 생활공간 안에서 기능성을 결합한 회화로도 각광을 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