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짜고 얘가 진짜예요.”
“거짓말이에요. 저한테 매일 손톱을 먹인 건 바로 저 녀석이라고요.”
표제작 「제후의 선택」은 ‘손톱 먹은 쥐’에 관한 민담을 모티프로 한다. 이혼을 앞두고 ‘나누는 일’을 척척 진행해 가던 제후의 부모는 제후 앞에서 그만 입을 다물고 만다. 이것도 저것도 서로 자기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던 부모는 무거운 침묵 끝에 마침내 말한다. “네가 결정해, 너의 선택을 존중할게.”
결정, 선택, 존중, 그 어떤 단어도 제 의미를 품지 못하는 맥락 위에 놓인 제후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제후는 잘라 낸 손톱을 먹여 키운 흰쥐에게 ‘제후’를 통째로 맡기고 집을 떠난다. 숲에서 우연히 만난 아저씨는 강아지를 쓰다듬던 제후의 손을 본다. “너, 손톱은 왜 그러냐?”
모두 부어올라 빨갛게 멍울이 진 손을 뒤로 감추고 벌떡 일어난 제후는 말한다. “한번 자른 손톱인데 이상하게 아물지 않아요.” 심사평을 쓴 아동문학평론가 김지은은 제후의 ‘선택’을 있게 한 작가의 시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손톱을 먹고 복제된 쥐인간과 진짜 인간을 구별하는 이야기는 이미 여러 차례 다른 동화에서도 쓰인 바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구별의 방향이 다르다. 부모와 어른 앞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어린이의 안쓰러움을 다루지 않고 쥐인간들 속에서 진짜 아이를 찾아내야 하는 부모의 절박함을 다루었다. 작가의 시선이 어린이의 주체적인 선택에 닿아 있음을 보여 주는 신선한 전개다. 이 작품의 문학적 성취는 아이의 손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마지막 장면에 있다.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았던 아이의 손, 그 손 안에 우리가 다투고 싸우느라 잃어버린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바람에 쓸리는 낙엽처럼 이리저리 뛰어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간 제후의 발길이 어디에 닿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곳, 눈먼 어른들이 멋대로 만들어 놓은 세상은 아닐 것이다.
세상의 벌어진 틈, 그 사이에서 찾은 소중한 것들
「제후의 선택」을 비롯한 단편들 속에 담겨 있는 것은 작은 것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