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배기의 작은 손
『할아버지의 양손』은 이 책의 저자인 윤대경 선생님이 직접 겪은 실화입니다. 유망한 화가였던 아버지와 함께 전쟁을 피해 피란길에 오른 윤 선생님 가족은 평양, 개성, 서울, 부산으로 내려가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공습을 피해 도망치다 황망 중에 어머니, 누나와 헤어져야 했고, 먹을 게 없어서 굶어 죽어야 했던 젖먹이 동생, 부산에 도착해서야 간신히 죽 한 그릇을 얻어먹었던 기억 등. 윤 선생님은 네 살의 나이로 온갖 비극을 다 겪은 것입니다. 그땐 아직 어려서 후일 아버지에게서 들은 얘기들이 대부분이지만 전쟁은 인간이 겪는 최악의 모습으로 각인돼 있습니다. 모진 세월을 견딘 이 ‘네 살배기’ 코흘리개가 이제는 할아버지가 되어 전쟁의 참상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소망은 단 하나, 같은 민족끼리 싸우지 않고 평화롭게 사는 것입니다.
제1장 가족! 가족! 가족!
‘가족! 가족! 가족!’에서는 윤대경 선생님의 아버지인 ‘윤중식 화백’이 피란을 떠나면서 다른 피란민들과 함께 겪어야 했던 고통과 괴로움에 대해 묘사합니다. 어린 나이였던 윤 선생님은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수백 킬로미터의 길을 걸어 피란을 갔습니다. 특히 자갈길을 맨발로 걸어갔던 기억은 아직도 또렷하다고 말합니다. 또 잠잘 곳을 찾지 못해 헛간이나 외양간에서 수십 명이 모로 누워 칼잠을 잤고, 한겨울 몰아치는 한파 속에서도 모닥불조차 쬐기 어려웠던 안타까운 광경들이 마치 어제의 일처럼 다가옵니다.
제2장 기도! 죽음! 이별!
한겨울에 피란을 가는 것은 그야말로 죽음의 길입니다. 옷, 신, 모자, 내복 어느 것 하나 변변한 게 없습니다. 세끼 먹거리도 해결 못 하는 판에 의복 타령은 사치일 뿐입니다. 그나마도 급박하게 피란을 떠나는 바람에 옥양목으로 지은 홑겹의 옷 몇 벌과 주먹밥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런 까닭에 피란 도중 허기진 배를 움켜쥔 채 주저앉아야 했고, 북풍의 겨울바람에 체온을 유지하지 못해 길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