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계절은 서로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계절이 지나가는 자리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추억의 조각
캠핑장 가득 울려 퍼지는 매미 소리와 삐죽빼죽 솟아 있는 풀, 졸졸 흐르는 계곡물. 여름이 빼곡하게 수 놓인 그곳에서 루시와 로망은 처음 마주한다. 로망은 매년 이 캠핑장에 방문하는 단골 손님으로, 이 넓은 곳을 자기 집인 듯 샅샅이 누비고 다니는 충동적이고 모험심 강한 소년이다. 반면, 이곳이 처음인 루시는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한 채 마음 둘 곳을 찾으며 주변을 서성거리기만 하는 조용한 소녀다. 이렇게 성격도, 사는 곳도, 언어도 모두 다른 두 아이는 왜인지 모르게 서로에게 궁금증을 갖게 된다. 닿을 듯 닿지 않았던 이들의 마음은 결국 서로에게 다다르며 푸른 여름을 가득 채운다.
『메멧: 계절이 지나간 자리』는 모든 것이 풋풋하고 서툴렀던 유년 시절의 한 페이지를 고스란히 담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두 아이가 순간의 몸짓, 손짓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다가가는 모습이 세밀한 색연필 선 끝에서 아득하게 펼쳐진다. 독자들은 이 둘이 만나는 순간, 갈등의 순간, 화해의 과정들을 들여다보며 이제 막 사춘기가 시작된 아이들의 심리를 천천히 따라가 보게 된다. 동시에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우정의 관계, 나만의 비밀, 여름 방학의 기억 등 여러 추억의 조각을 떠올린다. 조금은 아팠지만, 서로의 온기로 다독이며 따스하게 감싸던 로망과 루시의 계절이 추억이 되어 가슴 한편을 아련하게 물들이는 작품이다.
각자의 비밀과 상처를 간직한 아이들이 자신을 치유하는 방법
자신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 남에게 상처를 주고야 마는 아이 ‘로망’. 금빛 가발 속에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간직한 아이 ‘루시’. 작은 들꽃은 돌볼 줄 알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한 채 거칠게 가시를 세우며 다니던 로망은 루시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마음 둘 곳을 찾아 헤매며 ‘메멧’이라는 강아지 인형에게 들고 다니던 루시 또한 로망에게 묘한 동질감을 갖게 되고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