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 변신, 또는 외국인 되기
? 가리키기는 일종의 초능력
? 버스가 가진 수많은 풍경들
? 물 좀 주소
? 지하철이 있는 도시에 산다는 것
? 흠결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 슈퍼 리치의 악몽
? 인간의 입이란 보잘것없습니다
? to shanghai [verb]
? 미로와 미궁의 세계사
? 연어의 맛
? 나는, 느리지만 오래 달릴 수 있다
? 중국이라는 거인이 수집한 트로피
? 사적인 일기가 널린 거리
? 마오의 나라에서 햄버거를 먹다
? 소리로 지은 박물관
감사의 글
지금, 당신 눈에는 무엇이 보이는가
순도 100퍼센트 외국인이 된다는 건
매일매일 새로운 디폴트 값을 찾는 것!
첫 번째 글 「변신, 또는 외국인 되기」는 상하이 푸둥공항에 도착한 순간을 회상하며 시작한다. 아메리카노라는 흔한 단어가 스타벅스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저자는 한 영장류학자의 원숭이 실험을 떠올린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원숭이를 만난 붉은원숭이는 어색함을 무마하고 공격 의사가 없다는 유대감을 표시하기 위해 이빨을 드러내며 모자란 웃음을 짓는데, 낯선 나라에서 외국인이 된 순간 우리 모두는 결국 자신이 털 없는 영장류임을 확인하게 된다는 것.
재치 있는 비유로 외국인이 된 순간을 묘사한 저자는, 새로운 세상의 문법을 익히기 위해 제일 먼저 할 일은 ‘눈을 뜨는 것’이라고 말한다. 눈을 뜨라니, 무슨 말일까? 똑같은 출퇴근길, 언제나 비슷한 주말, 모든 것이 변하고 새롭지만 일상에 길들여진 우리 눈은 ‘바라보는 것’을 거부한다. 그러나 외국인이 된 순간은 다르다. 외국인은 봐야만 한다. 봐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언어를 잃어버린 외국인은 제대로 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외국인이 된다는 건 몸을 바꾸는 일, 즉 변신을 하는 일이다.
“외국의 공항에 내리는 순간은 일상의 자동 조종 장치가 꺼지는 순간이다. ‘눈 감고도 갈 수 있는 길’은 이제 없다. 대신 다른 리듬과 호흡으로 이루어진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해독할 수 없는 문자와 언어 속으로 걸어가는 순간, 나는 내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결코 외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적어도 상하이에 있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될 1년 동안은. 나는 여기에 관광객으로 온 것이 아니다. 나의 동공은 끊임없이 확대된다.”-본문 13쪽
저자는 매일매일 익숙하게 작동되던 디폴트 값 대신 새로운 디폴트 값을 찾아내고, 낯선 리듬에 몸을 맞춰간다. 「가리키기는 일종의 초능력」「물 좀 주소」「인간의 입이란 보잘것없습니다」「마오의 나라에서 햄버거를 먹다」까지, 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