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의 재치가 번뜩이는 노래, 독자가 함께 완성하는 피날레
『그 이름 누가 다 지어 줬을까』는 밥 딜런의 노래 [Man Gave Names to All the Animals]의 가사와 짐 아노스키의 생생한 그림이 만나 탄생한 그림책이다. 원작이 된 노래는 레게풍의 흥겨운 리듬과 가볍게 툭 던지는 듯한 밥 딜런의 목소리가 매력적이지만, 언어유희적인 가사 또한 매력적이다. ‘hair’(털 다음에 ‘bear’(곰가 나오고 ‘big’(큰 다음에 ‘pig’(돼지가 등장하는 식으로 운을 맞췄다. 『그 이름 누가 다 지어 줬을까』의 번역을 맡은 시인 황유원은 우리말의 운율과 의태어를 활용해 원어의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한다.
『그 이름 누가 다 지어 줬을까』에서 밥 딜런의 재치가 가장 번뜩이는 장면이 있다. 유일하게 동물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 마지막 장면이다. 이름이 없어도 동물의 생김새와 움직임을 묘사한 글, 그리고 짐 아노스키의 밀도 높은 그림을 통해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생략된 한 마디를 외치는 것은 오롯이 독자의 몫. 책장을 덮기 전에 다 같이 외쳐 보자. “아, 이 녀석은 ( 라고 불러야겠군.”
시인 황유원의 유려한 언어로 재탄생한 『그 이름 누가 다 지어 줬을까』
『그 이름 누가 다 지어 줬을까』의 번역은 『세상의 모든 최대화』로 제34회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황유원이 맡았다. 지금 이곳, 바로 여기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시인의 손끝에서 탄생한 시구들은 부드럽고도 편안하다. 노래로 먼저 불린 시이니만큼 음악적 리듬감을 고려하여 말을 세심하게 다듬은 흔적 또한 느껴진다. 이 같은 시인의 언어에 힘입어, 그림책 『그 이름 누가 다 지어 줬을까』는 소리 내어 읽을 때 더욱 진가를 발휘할 발랄한 시로 재탄생했다.
『그 이름 누가 다 지어 줬을까』에 담긴 밥 딜런의 재치 있는 상상이 오롯이 옮겨질 수 있었던 것은 역자 황유원의 밥 딜런의 시 세계에 대한 남다른 이해 덕분이기도 하다. 황유원 시인은 밥 딜런 가사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