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눈아, 탈출하자.”
바이킹이 말했어.
“여기서 맞아 죽느니 탈출하다 죽자.”
“나는 학교는 못 댕기고 학원만 댕긴 사람이여.”
한숨처럼 토해 낸 할아버지의 열 살 적 이야기
《선감학원의 비밀》은 역사를 기반으로 한 동화입니다. 오혜원 작가님은 실제로 선감학원에서 탈출하여 생존하신 분을 인터뷰하여 이야기를 재구성하였고, 흑백사진 속 박제된 역사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역사로 우리 앞에 꺼내 놓습니다.
시은이 할아버지는 마음에 돌덩이를 얹고 살아오면서도 선감학원 이야기를 아무에게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누가 안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시은이는 할아버지의 열 살 적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릅니다. 그러면 할아버지 마음속 돌덩이가 좀 가벼워질까 싶어서요. 할아버지는 주저하며 어렵게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그 용기로부터 변화는 조금씩 시작되지요.
어쩌면 상처를 드러내고 마주하는 것이 치유의 시작인지도 모릅니다. 할아버지의 아픔은 덮어 두어야 할 ‘흑역사’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 삶을 굳건히 꾸려 온 ‘용기의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선감학원의 진실에 귀 기울인다면, 열 살 ‘왕눈이’는 ‘김대수’라는 진짜 이름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푸름이에게 이런 친구가 한 명만 있어도 좋을 텐데. 그게 나일 수도 있지 않을까?’
아픈 역사의 진실과 마주하며 시은이의 마음에 일어난 작은 변화
선감학원은 1940~1980년대까지 국가가 운영했던 부랑아 수용소입니다. 선감학원 폐쇄 후에도 오랫동안 공식적인 사과나 피해자 보상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국가는 그저 침묵했고, 수많은 희생자와 얼마 남지 않은 생존자들은 기억에서 잊혀 갔지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시은이는 왕따를 당하는 같은 반 아이 푸름이가 왠지 할아버지와 겹쳐 보입니다. 모두가 침묵하는 동안 할아버지의 몸과 마음에는 고통스런 시간이 박혔고, 지금 푸름이에게도 그 시간이 새겨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네가 갸 편을 들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