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그림과 찰진 글로 끓여낸, 농후한 인생맛
이 작품을 관통하는 단어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욕망’이다. 식탐 많은 주인공 유양은 어떤 상황에서도 먹는 즐거움을 놓지 않는다. 가령 회사에서 해고당한 날, 전남친을 마주친 빵집 같은 암담한 시간과 장소에서도, 유양은 ‘MSG의 폭탄이 터지는 떡볶이’와 ‘섹스보다 나은 치즈케이크’를 탐닉하며 오롯이 먹는 존재로 존재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유양이 집중하는 욕망이 또 하나 있다. 반골기질 다분하고 야심 없는 유양은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사회구조에 염증을 느끼고 거짓이 가득 찬 먹이 피라미드를 탈.출.한.다. …말이 좋아 탈출이지, 두 번 연속으로 해고당한 채 백수라는 초라한 타이틀을 달고 아등바등하는 신세가 된 것이다. 하지만 손바닥만 한 하늘이 보일락 말락 하는 옥탑방에서도 무럭무럭 자라는 욕망이 있다. 마치 식욕이나 성욕 같은 본능적으로 거부할 수 없는 작은 욕망. 우리는 이 한줌의 욕망을 꿈이라고 부른다.
그렇다. 결국 이 작품은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남은 거라곤 성깔밖에 없는 여자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는 순수한 욕망을 좇아 먹이피라미드를 빠져나오고, 나아가 자신만이 가질 수 있는 진짜 삶의 방향을 찾아 맨땅에 헤딩하는 이야기다.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는 가만히 제자리에서 숨죽이길 강요받고 있다. 도무지 목소리를 낼 용기를 얻기 힘든 요즘, 내 삶을 살기 위해 온힘을 다해 세상에 부딪는 이야기를, 이 현실적 판타지를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거의 모든 것의 시작, 배고픔.
허기진 삶을 채우는 맛깔난 인생유랑기
1권의 줄거리
주인공 유양은 회식자리에서 무리하게 술을 권하는 사장에게 ‘굴’을 뱉는 바람에 회사에서 잘린다. 마침 회사도 사장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터라 갑작스런 해고도 쿨하게 받아들이지만, 곧 새로 구한 직장에서조차 적응하지 못하고 진짜 백수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갔던 클럽에서 마성의 추남 박병을 만난다. 한 번의 만남으로 연을 끊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