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정신적으로 미성숙하므로 철학을 할 수 없는가?
일찍이 장 피아제는 어린이의 인지 능력이 연령별 단계를 밟으며 ‘발달’한다고 주장했다. 피아제의 인지 발달론은 곧 정설로 받아들여졌으며, 이후 로런스 콜버그는 이를 도덕성에 적용한 도덕 발달론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피아제나 콜버그의 발달론은 특정 단계에 이르지 못한 아이들을 ‘미성숙’한 것으로 간주하며 특정 단계에 맞는 표준 연령을 제시함으로써, 우리가 아이들의 사고를 이해하는 데 편견을 심어주었다. 이러한 발달론에 대해 의미 있는 비판을 최초로 시도한 것이 이 책의 저자 개러스 매슈스이다. 저자는 국내에는 매슈 리프먼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매슈 리프먼과 함께 어린이 철학 운동의 선구자로 손꼽힌다. 저자는 세 권의 어린이 철학 관련서를 내며 일관되게 어린아이도 철학적 사고를 할 수 있음을 실례로써 입증했다.
피아제의 인지 발달론과 콜버그의 도덕 발달론을 뒤집다
저자가 피아제의 유명한 ‘보존 실험’을 비판하는 부분은 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적인 실험처럼 보이는 피아제의 보존 실험이 실제로는 과학적이라고 할 근거가 약함을 보이고, 아주 어린 아이들에게서 ‘자아중심주의’와 ‘현상주의’라는 모호한 개념이 나타난다는 피아제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례를 제시한다.
콜버그의 도덕 발달론에 대한 비판 역시 피아제에 대한 비판 못지않게 중요하게 다뤄진다. 만약 도덕 발달론이 옳다면, 아동은 철학적으로 의미 있는 도덕적 논의에 참여할 수 없으며 철학의 중요한 한 분야에 참여할 기회도 박탈된다. 이러한 함축에 반대하며 저자는 올바른 일을 올바른 이유로, 즉 진정으로 도덕적인 이유로 행동하는 아이들의 사례를 들며, 콜버그의 이론을 따르면 대부분의 성인 역시 진정한 도덕적 존재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학제 간 연구의 초석이 될 어린이 철학 분야의 고전
매슈스는 어린이들의 사고가 오히려 ‘철학함’의 훌륭한 조건이 될 수 있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이어서 어린이들의 생생하고 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