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정치’가 ‘정치공학의 마키아벨리즘’을 이길 수 있을까?
진리 안에서 살기 위해 싸운 반체제 지성인 하벨의 정치 에세이
군대와 경찰, 법규와 관료, 제도와 이데올로기로 권력 기구를 움직이는 독재 체제에 맞서 힘없는 민중들이 싸워 이길 수 있을 방법은 무엇일까? 체코의 벨벳 혁명을 이끌었던 극작가 겸 반체제 운동가 바츨라프 하벨이 쓴 『힘없는 자들의 힘』은 바로 이 문제를 천착하는 정치 에세이다. 실질적 힘의 관점에서 볼 때 이길 전망이 보이지 않는 독재 정부와 민중 사이의 이런 역사적 투쟁에서, 우리나라의 1987년 6월 항쟁이나, 체코의 벨벳 혁명,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에서 보듯 민중들은 종종 독재 권력에 맞서 승리를 거둔다.
특히 벨벳 혁명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오랜 권위주의 정권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촛불 혁명과 유사한 면이 있다. 하벨의 이 책은 1989년 벨벳 혁명이 일어나기 11년 전인 1978년에 써서 지하출판물로 유통되던 팸플릿이다. 하벨은 특유의 극작가적인 상황 묘사로, ‘만국의 노동자여 연대하라’라는 슬로건을 상점 진열장에 전시하는 어떤 야채상을 등장시켜 먹고살기 위해 권력에 순응하며 힘 있는 자들에게 무릎 꿇고 사는 힘없는 자들의 삶의 문제를 예리한 시선으로 파고든다.
야채상. 이 사람의 마음에는 사실 ‘만국의 노동자여 연대하라’라는 슬로건에 대한 헌신의 마음이 없다. 아니 관심조차 없다. 마치 자동기계가 프로그램에 따라 일을 처리하듯 그저 상부의 지시를 받아 기계부속처럼 복종하는 것뿐이다. 진열을 거부했을 때의 불이익을 두려워하여 자신이 믿지 않는 것에 순종하는 것이다. 이처럼 전체주의 체제는 평범한 사람의 마음과 행동 사이에 간극을 발생시키고, 성찰하지 않는 삶을 살도록 강요한다. 그렇다고 이 야채상이 ‘나는 두렵다. 그러므로 절대로 복종한다.’라는 표어를 진열하도록 지시받았다면, 그는 이 말이 사실일지언정 그것에 수치를 느끼고 당황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 또한 인간으로서 자기의 존엄성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