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벗은 으르렁 아빠의 진짜 모습
검은 늑대는 가족들에게도 무섭게 보이고 싶은 아빠였습니다. 그래서 집에서도 절대 검은 옷을 벗지 않고 항상 으르렁거렸지요. 아내와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위치를 인정받고 싶어 했습니다. 낮잠을 잘 때 아이들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명령하는 모습은 비틀린 권위의 옷을 껴입은 어른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지요. 하지만 으르렁 아빠가 알지 못한 게 있습니다. 바로 거짓으로 만든 힘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으르렁 아빠는 아이들에 의해 드러난 자기 진짜 모습을 쉽게 인정하지 못합니다. 칠장이, 의사, 철물상 늑대에게 달려가 계속 거짓 모습을 꾸미려고만 하지요. 으르렁 아빠가 절망 속에서 뛰어다니는 모습은 우스꽝스러움을 넘어 가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모두 뭔가를 꾸미는 거짓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지요. 거짓된 권위는 어느 한 사람의 바람에서만 나오지 않습니다. 이를 무기력하게 방조하거나 적극적으로 돕는 사람들의 암묵적인 동의에서 완성되는 것입니다. 촛불처럼 환한 어느 날, 으르렁 아빠의 진짜 모습을 찾아 주는 이가 순수한 아이들이라는 점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특히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강렬한 색채 속에 담긴 선명한 메시지
〈으르렁 아빠〉의 색채 대비는 강렬함만큼이나 주제를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이 책에서 검은색은 거짓 권위를 상징합니다. 선명한 노랑, 빨강, 파랑, 분홍색은 자유와 순수, 다양성 등이겠지요. 그렇지만 검은색은 모든 색을 섞어야 만들어지는 색깔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여러 색을 포용하고 안을 수 있어야 진짜 검은색이 완성되는 것 아닐까요? 유독 큰 판형에 극적인 구도로 그려진 그림 역시, 검은 늑대의 위압적인 모습부터 다채로운 색상을 더욱 선명하게 살려내며 주제를 잘 보여 줍니다. 이 책 〈으르렁 아빠〉를 통해 가족들에게 권위적인 아빠, 주변에서 항상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우리, 그리고 사회를 두루 아울러야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