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러 갈게 기다려 줘
외로운 소녀에게 고래가 부르는 노래는 친구가 되자고 다정하게 손을 내미는 소리이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소리이며 함께 힘차게 나아가자고 용기를 주는 소리입니다. 좀 더 가까이 바닷가로 가서 이 노래를 들으려면, 소녀를 부르는 고래를 만나기 위해서는 울퉁불퉁하고 좁다란 골목길과 가파르게 경사진 촘촘한 계단을 내려가야 합니다. 목발을 짚고 다니는 소녀는 힘겹게, 하지만 씩씩하게 한 걸음씩 나아갑니다. 하지만 부지런히 발걸음을 재촉해도 아직 내려가야 할 계단이 한참 남아 있습니다. 소녀는 계단참에 멈춰 서서 고래 벽화를 보며 힘을 냅니다. 이렇게나 높은 언덕을 거침없이 단숨에 뛰어오를 수 있는 고래를 떠올리자 소녀는 어느새 깊고 파란 바다 속에 와 있는 것만 같습니다. 바다 속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거친 파도 소리 대신 고래의 노래를 듣습니다.
물결치는 새파란 바다와 어지러이 흩날리는 소녀의 분홍 머리칼, 검푸른 고래의 넓은 등 아래로 드러나는 하얀 빛깔을 띤 배와 그것과 꼭 닮은 소녀의 새하얀 원피스. 최정인 작가는 이 책의 주제를 드러내는 상징, 소녀와 바다의 고래를 강렬한 색감 대비로 형상화했습니다. 알록달록 다채로운 색감의 마을 전경을 길게 지르며 이어지는 어두운 계단은 소녀가 지닌 상처, 외로움 등의 정서를 느끼게 합니다. 파란 바다와 분홍 머리칼로 대조를 이루던 색감은 마지막 노을이 지는 장면을 통해 서로 녹아듭니다. 마음을 나눌 수 없던 친구들이 차츰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배우며 더불어 살아갈 세상을 미리 내다보는 듯합니다. 최정인 작가의 아름다운 그림은 절제된 글과 어우러지며 독자들이 저마다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야기를 꺼내도록 이끌어 줍니다. 각 장면이 지닌 의미는 나만의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더욱 깊고 풍성해집니다.
나에게 너의 노래를 가르쳐 주겠니?
소녀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공터까지 내려왔지만 잠시 쉬기로 합니다. 신나게 공을 차며 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는데, 공이 소녀의 발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