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연필 한 자루가 이룬 기적?
연필이 있습니다.
칼로 연필을 깎습니다.
깎인 나무 조각들이 떨어집니다.
떨어진 조각들은 나뭇가지가 되고 잎사귀가 되더니 이내 참나무 한 그루로 자랍니다.
또 다른 종류의 작은 나무들이 이곳저곳 듬성듬성 싹을 틔웁니다. 그 나무들은 점점 자라더니 수많은 생명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숲을 이룹니다. 바람이 불어오자 숲에 사는 새들이 화려하게 날아오릅니다. 마치 평화와 생명의 잔치처럼 말이에요.
이 그림책이 이렇게 끝났다면 ‘작은 연필 한 자루가 이룬 기적’이라는 훌륭한(? 판타지가 되었을까요? 생각지도 못한 시작으로 첫 장을 열었던 그림책은 이제부터 더욱 놀라운 흐름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바람이 불어오자 숲에 사는 새들이 아름답게 날아오릅니다. 이런, 아니군요. 바람이 아니라 나무가 잘려 화들짝 놀라 날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잘렸을까요? 이 아름다운 숲을 누가, 왜 이렇게 망가뜨렸을까요? 터전을 잃은 새들은 하염없이 따라갑니다. 잘린 나무를 가득 싣고 가는 트럭의 뒤꽁무니를 따라갑니다. 이렇게 망가진 숲은 이제 어떻게 될까, 이렇게 실려나간 나무는 어디로 팔려 갈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처럼 김혜은 작가는 연필에서 떨어진 조각들을 숲으로 채우는 상상을 괜히 한 게 아니라는 듯, 그림의 물줄기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틀어 버립니다. 커다란 트럭은 따라오는 새들을 뒤로 한 채, 더 커다란 공장 속으로 사라집니다. 이 공장에서는 어떤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까요? 공장의 기계는 쉴 새 없이 돌아갑니다.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의 손길이 바쁘기만 합니다.
그런데 바깥에서 본 공장의 모습과는 달리 그 기계들은 그다지 괴물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공장 안은 깔끔하고, 기계들은 아름다운 구조를 뽐내며 알록달록한 제품들을 만들어 냅니다. 무엇을 만드는 공장일까 하고 궁금해하는 사이, 이어지는 그림은 어느새 알록달록한 연필이 가득한 화방으로 바뀝니다. 화방 안에는 한 아이가 한껏 뒤꿈치를 들어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