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를 구분하는 교실 안 이상한 질서부터
어린이라서 안 된다는 교실 밖 세상의 희한한 풍경까지
다양성을 존중할 줄 아는 새로운 시대의 어린이가 나타나다
모래 초등학교 4학년 새 학기 첫날, 반드시 여자와 남자가 짝꿍을 해야 한다고 고집하는 담임 선생님에게 정훈이는 성별 상관없이 짝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건의하고 싶다. 왜냐하면 친구 윤석진과 같이 앉고 싶기 때문이다. 정훈은 선생님을 설득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궁리하던 끝에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리는데… 정훈이는 과연 누구랑 짝꿍을 하게 될까.
『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 속 아이들은 가게 주인에게 원하는 바를 정확히 요청한다거나, 도움이 필요한 동물에 당연히 손을 내민다거나, 점심시간 급식실에서 김치를 맛있게 먹는 베트남계 한국인 친구 하리를 향해 “한국 사람 다 됐네”라는 이상한 말을 서슴지 않는 어른에게 속 시원하게 한 방을 날리는 등 주먹을 불끈 쥐고 주체적인 목소리를 낸다. 어른들이 차별과 불평등을 답습하는 동안 주인공 정훈, 석진, 준서, 하리가 학교 안팎의 불편함과 부당함을 해결하기 위해 정면 돌파해가는 모습은 이전에는 없었던, 다양성을 존중할 줄 아는 새로운 어린이의 탄생을 알린다.
“정원이 그리는 세계는 기묘하다. 각기 다른 이야기가 퍼즐 조각처럼 연결된다. 그 세계는 여자 이름, 남자 이름이 따로 없는 사회고, “한국 사람 다 됐네” 같은 말에서 구별을 발견하는 사회고, 노 키즈 존과 손주를 위해 놀이터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할아버지가 공존하는 사회다”라는 오은 시인의 말처럼 『똑똑한데 가끔 뭘 몰라』는 어른 중심으로 견고하게 벽을 쌓아 만든 이상한 세상에 한 발을 걸치고 조금씩 균열을 내기 시작하는 ‘어린이’라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그 세계 안에서 각자 소중한 것을 발견하고 제법 진지한 얼굴로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일침을 던지는 정훈과 친구들이 너무 웃기고 사랑스러워서 그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