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의 말
우리의 접근은 프로이트 이론의 인식론적 가정과는 반대 방향에 있다. 도발적인 반명제로 수렴해 보면, 우리의 테제는 이렇게 진술될 수 있다: 콤플렉스를 설명하는 게 바로 오이디푸스 신화다. 더 나아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같은 어떤 것이 끈질기게 지속되고 기술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주체성의 어떤 역사적 제도의 내부, 어떤 독특한 상징적 장치의 틀 내부에서다(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러한 상징적 장치의 가장 강력한 드러내기다. 프로이트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발견했던 것은 서양이 오이디푸스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화로서의 오이디푸스 신화의 논리는 프로이트가 “콤플렉스”를 가지고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기술(記述을 해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복시킬 수도 있다. 프로이트의 발견의 역사적 마모가 그 발견을 떠받치는 개념들을 작동하지 않게 만들 위험이 있을 때, 어쩌면 바로 그러한 재해석(reversion 작용에 의해 그의 발견은 아직도―비록 다른 식일지라도―우리에게 말할 수 있는 어떤 기회를 간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지은이 서론에서
내가 이 책에서 특별한 흥미를 느꼈던 것은 이 책이 서양철학의 기원을 오이디푸스 신화에서부터 본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라, 근대 이후 어느 정도 보편화된 서양 남성의 정체성을 기원상 입문 회피의 결과로서 바라보는 독특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구가 프로이트 정신분석에서 논의되는 남성이나 소크라테스에서 시작되어 데카르트와 헤겔로 이어지는 서양철학을 일방적이면서도 지나치게 간략하게 해석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늘 당연한 것으로만 여겨지던 어떤 것의 기원과 원리를 따져 물으면서 비판적 시각을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그러한 논쟁적 전개는 아무리 결함이 있다고 할지라도 이 결함이 치명적인 것만 아니라면 방법론적으로 나쁘지 않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독자들은 서양에서 나온 서양철학의 비판서 내지 남성학자가 쓴 남성성의 비판서로서 이 책을 마주한다면, 구의 생각들을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